[김미월의쉼표] 기프티콘은 커피가 아니잖아요

- 2021. 11. 1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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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강의를 대면으로 전환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대학 당국도 대면을 권하는 추세였고 학생들도 대면을 원하는 데다 모두 백신 접종도 끝낸 상태라 비대면 강의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비대면 강의 때는 수업 자료를 클릭 한 번에 화면으로 공유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인원수대로 일일이 복사하고 배포해야 했다.

강의를 대면으로 전환하길 잘했다고, 여기서 이러지 말고 같이 커피 마시러 가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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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강의를 대면으로 전환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대학 당국도 대면을 권하는 추세였고 학생들도 대면을 원하는 데다 모두 백신 접종도 끝낸 상태라 비대면 강의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막상 2년간 안 하던 대면을 다시 해보니 이만저만 번거로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수업 시간이 아침이라는 것부터 문제였다. 안 그래도 아이 유치원 보내느라 분주한 아침이 더더욱 정신없어졌고, 학교로 가는 버스에 오르면 하필 출근 시간대라 차 안은 만원이요, 도로 정체로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간신히 지각을 면할 시간에 하차해 강의실까지 달리다보면 가방 속의 교재며 노트북은 또 어찌나 무거운지 진땀이 다 났다. 그뿐 아니었다. 비대면 강의 때는 수업 자료를 클릭 한 번에 화면으로 공유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인원수대로 일일이 복사하고 배포해야 했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고작 2년 사이에 나는 그것들을 이리도 불편해하고 낯설어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강의를 마치고 교정을 나오면서 새삼 대면이 비대면보다 좋은 점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대면의 번거로움을 체감하는 과정에서 나온 질문이라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뭐?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돌아보니 코로나 전에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었다. 결석이 하도 잦아서 내가 개인적으로 면담을 청했던 학생이라 기억이 났다. 정말 오랜만이라고, 강의시간표에서 내 이름을 보고 찾아왔다며 그가 불쑥 테이크아웃 잔에 든 커피를 내밀었다. 괜찮다고 사양하자 그가 말했다. 선생님이 사달라고 하셨잖아요. 제가요? 언제요? 전에 상담할 때요. 언젠가 제 상황이 좋아지면 커피 사달라고 하셨는데. 저 가끔 선생님께 커피 기프티콘이라도 보내드릴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프티콘은 커피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때를 기다렸어요.

내가 그랬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학생이 내미는 커피를 받았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내가 실은 손이 시린 상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기프티콘은 커피가 아니었다. 기프티콘에는 없는 온기를, 무게를, 부피를 가진 커피 잔을 들어 보이며 나는 그에게 말했다. 강의를 대면으로 전환하길 잘했다고, 여기서 이러지 말고 같이 커피 마시러 가지 않겠느냐고.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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