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계, 여성, 네, 그래서, 어때서요 [책과 삶]
[경향신문]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사치 코울 지음, 작은미미·박원희 옮김
문학과지성사 | 281쪽 | 1만4000원
경계인의 삶은 피곤하다. 부당한 일을 봐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더더욱. 저자는 인도인 부모를 둔 1991년생 캐나다의 여성 저널리스트다.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끝까지 주장할 줄 아는 삶은 그가 인도인의 외양을 한 여성이라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정들로 와글와글하다.
여성과 인도인의 정체성이 한꺼번에 침투하는 경험은 머리가 지끈거린다. 인도에서 열리는 여자 사촌의 전통 결혼식에 간다는 말에 백인 친구들은 신비와 낭만의 인도를 떠올리지만, 저자에게 이 행사는 남자들이 술과 고기를 즐기는 동안 여자들은 알코올 한 방울 입에 대지 못한 채 며칠씩 열리는 연회를 견뎌야 하는 일이다. 신부가 양쪽 귀 연골에 구멍을 내고 커다란 금색 장신구를 매달며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신랑의 몸에는 누구도 구멍을 내지 않는다. “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어진다”는 말은 이 규정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저자가 신부에게 건네는 한 줄기 농담이다.
저자는 이 두 정체성을 향한 겹겹의 모욕에 시달리기도 한다. “비백인·비남성 작가들의 글을 더 많이 읽고 싶다”는 트윗이 화근이다. 백인 남성의 글은 오랫동안 팔릴 대로 팔린 진부한 이야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의견에 따른 대가는 강간과 살해 위협, 자살 종용, 외모 비하, 창녀라는 모욕이었다. 2주 동안 트위터 계정을 닫아야 했던 그는 “트위터는 내 땅”이라고 소리친다. 편견과 혐오의 악다구니 때문에 주인이 땅을 떠나야 하는 상황은 분명 분통 터지는 일이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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