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방역 총수'의 방역수칙 위반
[경향신문]
“국민들께 뭐라고 사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저 자신부터 다시 살피겠다.” 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12일 고개를 숙였다. 방역수칙 위반을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방역 최고 책임자의 방역수칙 위반이라니! 허탈감과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김 총리는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대학 동기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데 방역수칙상 10명까지만 사적모임이 가능한데 11명이 모였다. 김 총리의 해명을 보면, 당초 대학 동기 9명이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예정에 없이 일행 중 한 명이 부인과 함께 왔다고 한다. 친구 부인을 그냥 돌아가라고 할 수가 없어 동석했다는 설명이나,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방역수칙 위반이다.
국무총리이자 중대본 본부장이라 해도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를 탓할 순 없다. 대학 동기든, 고향 친구든, 친·인척이든 만날 수 있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권장할 수도 있다. 다만 공인이라면 때와 장소 등 여건을 살피고 가려야 한다. 일상회복 1단계에 들어갔지만 상황은 엄중하다. 방역상 중요 지표인 위중증 환자는 계속 늘어나 이날 0시 기준 47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도 3일째 2000명을 웃돌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2368명 증가했다. 사망자는 연일 두 자릿수이며 중증 환자 병상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상회복 2단계 이행이 멀어지지 않을까 모두가 걱정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말자며 서로를 독려하는 상황이다.
중대본 본부장으로서 국민들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김 총리는 자신에게 더욱 엄정해야 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는 모름지기 두려워할 ‘畏(외)’자를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며 4가지를 꼽았다. 그중 하나가 법 위반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외법(畏法)이다. 조만간 종로구청이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 총리는 국민들이 느꼈을 실망감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김 총리 사례가 공직자들에게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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