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륙 잔칫날에..울고싶은 디즈니

차창희 2021. 11.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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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구독자수 기대치 하회
美증시서 10년만에 최대 하락
동영상서비스 한국서 시작
관련 KT·LG유플 주가 미지근
콘텐츠 제작 회사들은 후끈
월트디즈니컴퍼니 주가가 실적 둔화 우려에 7% 급락했다. 2011년 9월 이후 10년 만의 최대폭 하락이다. 공교롭게도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디즈니+)는 12일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디즈니의 실적 둔화에 관련주들 주가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디즈니 주가는 7% 하락한 162.1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3월 203달러로 고점을 찍은 디즈니 주가는 조정기를 거치면서 170~185달러 박스권을 유지했지만 이날 지지선이 무너지며 크게 하락했다. 주가 급락의 배경은 실적 부진 우려 때문이다. 디즈니의 3분기(디즈니 회계기준상 4분기·7~9월)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수는 1억1810만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210만명 증가에 그쳤다. 시장 예상치는 1700만명 증가한 1억3300만명이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콘텐츠 제작 차질로 신규 콘텐츠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디즈니플러스가 여전히 세계 시장 확장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대만, 홍콩을 포함해 내년엔 동유럽, 중동 등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말부터 OTT는 더 많은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영화, 테마파크 부문도 단계적 일상 정상화로 본격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 출시 기대감에 그동안 주가가 상승세를 탔던 국내 관련주들은 이날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 종목은 상승세를 탔지만 일부는 디즈니 주가 급락 영향으로 하락했다. 하락 종목들은 과도한 주가 선반영에 따른 조정과 예정된 호재에 직면하면 주가가 오히려 상승 동력을 잃는 '재료 소멸' 현상도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통신주인 KT는 2.77% 상승한 3만1550원, LG유플러스는 1.42% 상승한 1만4300원에 마감했다. LG유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자사 IPTV 서비스를 통해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를 독점 제공한다. 또 KT와 더불어 모바일 요금제와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결합한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이콘텐트리는 6.49% 오른 6만7300원에 마감했다. 제이콘텐트리는 다음달 디즈니플러스와 JTBC에 동시에 드라마 '설강화'를 반영할 예정이다. 수혜주로 엮이면서 제이콘텐트리 주가는 줄곧 상승세를 유지해 지난 8월 말 바닥을 찍은 후 지금까지 98% 올랐다.

반면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디즈니와 허스트의 합작 미디어 법인인 '에이앤이텔레비전네트웍스코리아'가 지분을 보유한 IHQ는 이날 3.9% 하락했다. IHQ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앤이텔레비전네트웍스코리아는 IHQ와 최소방송가구수·매출액을 보장하는 채널유통대행 계약을 체결 중이다. IHQ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세계 OTT 기업들의 한국 상륙 등 이벤트성 호재를 제외하고도 증권 업계는 내년까지 국내 미디어·콘텐츠주의 강세를 전망하고 있다. 세계 미디어, 제작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콘텐츠는 더 이상 아시아용이 아닌 세계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며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세계 OTT의 아시아 서비스 출시가 시작되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가파른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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