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전 전승 27득점' 플릭호 독일, 파죽지세 이어가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11. 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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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리히텐슈타인전 9-0 대승
▲ 플릭, 감독 부임 기준 독일 역대 최초 6경기 전승
▲ 플릭, 감독 부임 기준 독일 역대 6경기 최다 골(27골)
▲ 독일, 플릭 부임 후 6경기에서 30명 활용 & 12명 골 & 11명 도움

[골닷컴] 김현민 기자 =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유로 2020에서 연달아 체면을 구겼던 독일 대표팀이 한스-디터 플릭 신임 감독 체제에서 6전 전승 27득점(경기당 4.5골) 1실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올리며 부활의 날개짓을 펼치고 있다.

독일이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리히텐슈타인과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J조 9차전에서 9-0 대승을 거두었다.


이번 리히텐슈타인전을 앞두고 독일은 주전 원톱 공격수 티모 베르너가 부상으로 일찌감치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주전 수비수 니클라스 쥘레가 코로나 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그와 밀접촉했던 요슈아 키미히와 세르지 그나브리, 자말 무시알라, 그리고 카림 아데예미가 자가격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율리안 드락슬러와 플로리안 비르츠, 니코 슐로터벡마저 뒤늦게 부상이 발생해 명단에서 이탈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에 독일은 베테랑 미드필더 토마스 뮐러와 마르코 로이스를 동시에 투톱으로 배치시키는 '더블 가짜 9번(Double False 9: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선수를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 전술을 들고 나왔다. 르로이 사네와 리들레 바쿠가 좌우 측면 공격수로 위치했고, 일카이 귄도안과 레온 고레츠카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다. 크리스티안 귄터와 요나스 호프만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안토니오 뤼디거와 틸로 케러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주장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지켰다.

독일 선발 포메이션 도판 출처: Kicker
독일이 압도한 경기였다. 점유율에선 82대18로 지배하다시피 했고, 슈팅 숫자에선 42대4로 무려 10배 이상 많았다. 그마저도 리히텐슈타인이 기록한 4번의 슈팅은 모두 상당히 먼거리에서 다소 무모하게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었고, 당연히 유효 슈팅은 전무했다. 심지어 독일은 13회의 코너킥을 얻어내면서 상대에겐 단 하나의 코너킥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 경기 양 팀의 지역별 볼 점유율에서 독일 수비 진영의 점유율은 단 4.5%에 지나지 않았다. 중원 지역 점유율도 30.7%였다. 리히텐슈타인 수비 진영에서의 점유율이 무려 64.8%에 달했다. 이는 절반 이상이 넘는 동안 독일이 리히텐슈타인 수비 진영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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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텐슈타인은 경기 시작 8분 만에 독일의 크로스 공격을 저지하려던 과정에서 중앙 수비수 옌스 호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발을 높게 들면서 클리어링에 나서다 고레츠카의 안면을 걷어차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른 시간에 호퍼의 퇴장과 페널티 킥(귄도안 골)을 내주며 자멸하고 말았다.

이후 경기는 일방적인 독일의 공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독일은 13분경, 바쿠의 땅볼 크로스를 로이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2분 뒤, 귄도안의 로빙 패스를 사네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바쿠가 가슴 트래핑에 이은 발리 슈팅을 연결했으나 이 역시 골키퍼에게 저지됐다. 18분경엔 호프만의 크로스에 이은 귄도안의 헤딩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독일은 골대 불운 후 곧바로 1분 뒤(19분), 추가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사네의 전진 패스를 귄터가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는 바쿠를 향해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걸 리히텐슈타인 수비수 다니엘 카우프만이 태클로 저지하려다 자책골을 넣고 만 것.

기세가 오른 독일은 21분경, 로이스와 귄도안이 원터치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진을 유인했다가 패스를 내준 걸 고레츠카가 기습적인 스루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사네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점수 차를 벌려나갔다. 독일은 곧바로 2분 뒤(23분)에 뮐러의 로빙 패스를 사네가 골키퍼와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센스있게 고개를 숙이면서 뒤로 흘려준 걸 로이스가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2번째 골부터 4번째 골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분(19분, 21분, 23분)이 전부였다.

이대로면 더 많은 실점을 허용하겠다는 판단이 든 리히텐슈타인은 다소 이른 시간인 29분경에 공격수 야닉 프릭을 빼고 미드필더 파비오 볼핀거를 교체 출전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이대로 독일이 4-0 리드를 잡은 채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독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고레츠카와 호프만을 빼고 공격수 루카스 은메차와 미드필더 플로리안 노이하우스를 교체 출전시키며 부상 방지에 나섬과 동시에 공격을 강화했다.

독일은 후반 3분 만에 다시 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케러의 가로채기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뮐러가 뒤로 흘려준 걸 은메차가 슈팅으로 연결한 게 수비 맞고 뒤로 흐르자 로이스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내줬고, 이를 사네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후에도 독일의 공세는 이어졌다. 하지만 벤야민 뷔헬 리히텐슈타인 골키퍼가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쳐보였고, 후반 10분경엔 은메차의 논스톱 발리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까지 있었다. 이대로 경기는 후반 30분경까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사이에 독일은 후반 19분경에 사네와 귄도안 대신 케빈 폴란트와 막시밀라안 아놀트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27분경엔 케러를 빼고 마티아스 긴터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체력 안배에 나섰다.

독일은 경기 종료 15분을 남기고 4골을 몰아넣었다. 먼저 후반 31분경, 아놀트의 코너킥을 긴터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걸 리히텐슈타인 미드필더 아론 젤레가 골라인 바로 앞에서 막아냈으나 이를 노이하우스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먼포스트에서 자리잡고 있었던 뮐러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이어서 후반 35분경, 바쿠가 오른쪽 측면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후반 40분경엔 노이하우스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패스를 로이스가 슈팅으로 연결한 걸 골키퍼가 선방했으나 뮐러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마지막으로 후반 43분경, 바쿠의 크로스를 수비가 헤딩으로 차단하려던 게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9-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독일은 리히텐슈타인마저 9-0으로 대파하면서 신임 감독 플릭 체제에서 6전 전승을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는 독일 역대 감독들 중 부임 기준 최다 경기 연승 기록에 해당한다.

비단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독일은 리히텐슈타인전에만 9골을 추가하면서 플릭 감독 하에서 6경기 27골(경기당 4.5골)이라는 경이적인 득점 수치를 자랑했다. 이 역시 독일 역대 감독들 중 6경기 기준 최다 골에 해당한다.

득점 분포도도 다양하다. 베르너 5골을 필두로 사네(4골), 그나브리(4골), 뮐러(3골), 로이스(2골), 호프만(1골), 아데예미(1골), 뤼디거(1골), 귄도안(1골), 바쿠(1골), 무시알라(1골), 하베르츠(1골)에 이르기까지 무려 12명의 선수들이 6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도움 역시 고레츠카 7도움을 필두로 로이스(5도움), 뮐러(2도움), 비르츠(2도움), 베르너(1도움), 사네(1도움), 키미히(1도움), 하베르츠(1도움), 아데예미(1도움), 무시알라(1도움), 그리고 노이하우스(1도움)까지 11명이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점이 많은 것도 아니다. 6경기에서 독일이 실점한 건 루마니아전 1골(2-1 승)이 유일하다. 즉 경기당 0.17골 밖에 실점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독일은 리히텐슈타인전을 앞두고 전임 감독 요아힘 뢰브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독일은 뢰브 체제에서 유로 2008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 2012 준결승 진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유로 2016 준결승, 그리고 2017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기를 이룩했다.


하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무려 80년 만에 처음으로 조별 리그에서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독일은 이어진 유로 2020에서도 16강전에서 잉글랜드에게 졸전 끝에 0-2로 패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이에 독일은 12년 뢰브 체제(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부터 감독 직에 올랐고, 수석코치를 맡은 시기부터 계산하면 14년에 2004년부터이기에 14년에 달한다)와 작별을 고하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2019/20 시즌 트레블(챔피언스 리그, 분데스리가, DFB 포칼 3관왕)을 견인했던 플릭을 신임 감독에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뢰브 감독 밑에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독일 대표팀 수석 코치 직을 수행하면서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플릭은 6경기에서 30명의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면서 다양한 조합들을 짜고 있다. 무엇보다도 비르츠와 아데예미, 은메차, 바쿠, 슐로터벡, 다비드 라움 같은 신예 선수들을 대표팀에 차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대표팀과 인연이 많지 않았던 귄터와 폴란트, 아놀트 같은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이면서 이름값이 아닌 현재 경기력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시알라와 아데예미, 바쿠가 감격적인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플릭 감독은 주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던 사네를 왼쪽 측면으로 이동시켰고, 원래 미드필더인 호프만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적극 활용하면서 뢰브와는 다른 방식의 선수 배치를 감행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 덕에 사네는 4골 1도움을 올리며 플릭호의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하고 있고(바이에른에서도 왼쪽으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이번 시즌 클럽-대표팀 합산 공식 대회 23경기 12골 10도움), 호프만도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렇듯 독일은 플릭 감독 체제에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다. 아직 강팀들과의 맞대결에서 다소 검증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지금같은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면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전차군단(독일 대표팀 애칭)의 위용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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