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의 미래

2021. 11. 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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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민간위원)

지난 2년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거시적으로 비교하면 매우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누적 발생률과 사망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2년 간의 경제성장률도 주요 경제대국 중 상위권이다. 이는 전적으로 국민의 수준 높은 방역 참여 때문이다.

언론과의 접촉에서 나는 자주 국민에게 당부할 말을 부탁받는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 국민들에게 바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우리국민은 가장 백신 접종율이 높으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요한 방역지표인 사회적 이동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독특한 경향을 보인다.

정부가 어떤 조치를 발표하기도 전 우리 국민은 먼저 유행이 심각해지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며, 상황이 좋아지면 접촉을 늘린다. 그만큼 수준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너무나 가혹하다. 델타변이의 등장으로 인해 백신 접종만을 통한 위기 종식은 불가능해졌으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일용직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백신의 등장과 높은 접종율은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상회복을 위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 물론 백신은 완전하지 않다.

감염을 100% 예방할 수 없으며, 돌파 감염 후에도 중증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하지만 백신은 코로나19라는 겪어 보지 못한 재난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한 추가접종이 시작된 지난 8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접종센터가 접종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성인 인구에 대한 백신 접종 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은 새로운 희망을 가진 미래이기보다 어쩔 수 없는 결말에 가깝다.

단계적 일상회복은 엄청난 방역상의 피해를 미루기 위해 선택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또 다른 심각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불러왔기 때문에 다시 한번 방역 상의 피해를 감수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물론 백신 접종을 통해 피해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어마어마한 인명 손실이 예상된다.

델타변이의 등장 후 우리 사회가 필요한 면역 수준은 81~84%로 추정된다. 그러나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평균적으로 80%이기 때문에 80%의 접종율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64% 정도의 면역 수준을 획득하는데 그친다.

이미 감염된 1.5%의 인구를 제외하더라도 남아있는 18.5%에 가까운 면역 수준이 돌파감염이나, 미접종자의 감염과 재감염으로 획득되지 않는 한 이 유행은 끝나지 않는다.

아직 남아있는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900만 명에 가까운 새로운 감염과 수만명의 사망자이다. 여기서 방역의 역설이 등장한다. 이미 일상회복에 도달한 영국과 덴마크 등의 국가는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인구가 20%정도로 추정된다.

즉, 이 국가는 지난 2년동안 가혹한 피해를 이미 치러왔던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인구의 비율이 낮아 더욱더 큰 유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인 전망을 하더라도 내년에 하루 1만명대 감염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유행이 심각해질 경우 수만명의 감염자가 매일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암울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미룰 수는 없다.

첫째, 유행을 미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피해가 동반된다. 둘째, 유행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방역상의 피해 자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유행을 잘 준비해서 치루는 것, 이것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본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중환자가 병상이 부족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상황이 오지 않게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 중환자의 병상확보, 중환자가 되지않게 만들어주는 치료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행의 규모가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점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필요하다. 또 일상회복 중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유행 증가가 있다면 잠시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방역패스나 역학조사 강화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하지만 방역 태세가 해이해지지 않게 준비해야한다.

지난 2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 도움으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일상회복에서 이는 더 큰 피해가 남아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전한 일상회복을 위해 염치 없지만 한번 더 국민의 동참과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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