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줄 세금 없는데" 與, '납세유예' 카드 꺼낸 이유는..종부세 역풍 피하려는 꼼수?

세종=이민아 기자 2021. 11. 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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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대급' 5조원 종부세 예고된 상황
대규모 세금 들어올 시기 이미 지나
"종부세 납세 유예, 사실상 불가능"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 일상 회복 방역지원금’을 내년 1월 지급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는데, 재원 마련 방안으로 올해 11월, 12월 발생할 초과세수를 내년으로 납세 유예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언급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중 들어올 가장 규모가 큰 세금은 납부 기한이 12월 15일까지인 종합부동산세다. 정부가 작년 7월 발표한 종부세율 인상 조치와 집 값 급등이 맞물린 첫 세금 부과다.

이를 두고 앞서 노무현 정부 때도 종부세 탓에 ‘세금 폭탄’ 프레임에 걸려 참패했던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 명분으로 종부세 납부를 내년으로 미루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납부 예정 세목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종부세 세수는 올해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그 외에 유예 가능한 세목으로 언급된 사업소득세·주류세·유류세 등은 종부세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전체 주택의 절반이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이 된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종부세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12일 한 세제 전문가는 “올해가 불과 50여일 남은 상황에서 납부유예를 할만한 덩치 큰 세금이 없다. 세법상 대규모로 세금이 들어올만한 시기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세법 상 1년 중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규모가 가장 큰 세금은 1년에 4차례 걷는 부가가치세(1·4·7·10월), 종합소득세(5월, 중간예납 11월), 법인세(3월, 중간예납 8월)다.

대표적으로 법인세 중간예납의 경우 이미 10월에 납부가 끝났기 때문에 더 들어올만한 세수는 없다. 매달 걷히는 근로소득세를 납부 유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내년으로 미룰 세금은 대표적인 게 종부세 뿐인데, 정치적으로 종부세 납부 기간을 미루고 싶은 차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청의 고지서 발송을 앞두고 여론 악화를 의식한 민주당은 긴장한 기세가 역력하다. 민주당은 앞선 노무현 정부 때도 종부세로 인해 ‘세금 폭탄’ 프레임에 걸려 선거에 참패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 문제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원망이 다시 점화될 경우, 대선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종부세 과세기준인 공시가격은 전국 공동주택 기준 작년 대비 19.08% 올랐다.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은 올해부터 최고 6.0%로 강화됐다. 종부세 산정 시 주택 공시가격 반영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기존 90%에서 95%로 상향됐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면서 예상한 올해 종부세 납부액은 5조1138억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5조9000억원 규모를 전망했다. 재난지원금 규모가 10조~15조원으로 언급되는 만큼, 이를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는 6조원 규모의 종부세가 유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종부세를 내년으로 미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종합부동산세법에 종부세는 12월 1일부터 15일까지를 납부기한으로 명시돼 있다. 법에 기한을 정해둔 탓에, 이를 유예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종부세 납부 시기를 늦추기 위한 법 개정에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도 매우 적고, 기획재정부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부세는 100%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해야 하는 것이어서 기한을 미뤄봤자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교부금을 고려해 내년 예산을 편성한 지자체의 거센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납부 유예된 세금을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넘어서는 납부 기한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사실상 여당의 이 같은 주장이 법을 위반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올해 8월 26일에도 정부가 한 차례 납부유예를 했다”며 홍 부총리 의견에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세금 납부를 유예한 것이다. 국세징수법 13조의 ‘납세자가 경영하는 사업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도 또는 도산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유예다.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걷는 종부세 유예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전문가인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세수가 남아 정부 사정으로 납부 기한을 연장에 걸 수 있는 조항은 없어 보인다”며 “그것도 10조원 정도를 내년으로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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