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기원·우주·노화.. 일상의 언어로 답하다

기자 2021. 11. 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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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궁극의 질문들│이명현 엮음│사이언스북스

팬데믹 겪으며 생활속에서 작동하는 ‘과학’ 목격

과학 커뮤니케이터 19인이 던진 질문들 담아내

기후위기·생명 다양성 감소 등 당면 문제도 다뤄

문화일보가 지난해 7∼12월 연재한 ‘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19인이 생명의 탄생과 죽음부터 외계 생명체의 비밀, 디지털 윤리와 노화 치료까지 과학의 최전선에서 ‘궁극적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출간에 맞춰 연재를 기획하고 책을 엮은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우리는 과학이 단순히 한 학문 분야에 머물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은 기원을 따지는 궁극적인 학문이면서 동시에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시스템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의 시대를 대하면서, 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를 겪으면서 과학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많은 사람이 직접 목격했다. 과학은 인간의 삶 속에 반드시 자리 잡아야 하는 생활 시스템이라는 것을 더 이상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일상의 세계 속에서 과학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과학이 이 시대의 핵심교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러자면 과학의 더 내밀한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과학은 인류가 발견한, 또는 발명한 하나의 사고 시스템이라 하겠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라고 흔히 표현되는 작업 수행 과정에서의 합리성과 객관성은 과학이 보편성을 확보한 진리가 될 수 있는 바탕이다.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태도는 과학적 태도라고 불린다. 이런 태도를 견지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면 그 과정이 공정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 수행한 결과는 동료 과학자들의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을 통과한 결과만이 과학저널을 통해 발표된다. 이렇게 쌓이는 결과물들이 과학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일반인들이 과학저널의 결과를 소화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학자나 과학커뮤니케이터가 과학의 최전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일상의 언어로 번역해서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와 생명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은 인류가 의식을 갖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면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따라서 거대 담론의 궁극적인 질문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과학은 그 오래된 질문에 과학의 최전선에서 발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답을 한다. 시대의 과학이 내놓는 모범답안이라고 하겠다. 과학은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 가지를 알았기 때문에 열 가지 질문이 생긴다. 이전에는 결코 던질 수 없었던 질문들이다. 과학은 새로운 질문에 답을 하면서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궁극적인 질문은 오래된 거대 담론으로부터 시작하지만 현대 과학만이 던질 수 있는 작게 쪼개진 구체적인 새로운 질문들까지 포괄한다. 과학의 최전선에서는 이런 작고 새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궁극의 질문들’은 과학의 최전선에서 오래된 궁극적인 질문들과 새롭게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에 관한 책이다. 삶의 문제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과학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더 본질적인 과학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과학이 단지 방편이 아니라 인류의 세계관이자 실천을 위한 시스템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 본질로의 여행은 필수적이다. 이 책은 과학이 마주하고 있는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과학자들과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설서라고 하겠다. 당장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소용이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이 작동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과학 지식이 쌓이고 과학적 태도가 길러진다면, 과학이 핵심교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하겠다. 과학이 교양이 돼야 문화가 될 수 있고, 그래야만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은 책이 그 여행의 가이드가 됐으면 좋겠다.

‘궁극의 질문들’은 오래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서 외면하지 않고 현대 과학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주의 가장 작은 단위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우주의 끝에 가장 현대적인 답이 담겨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진화이론의 현대적 의미를 다룬다. 자연스럽게 외계생명체까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래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과학이 던지는 시대의 해답이 담겨 있다. 새로운 질문이 어떻게 던져지는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당면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와 생명 다양성의 감소 문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종교 같은 고전적인 인식 체계와 새롭게 등장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과학은 어떻게 수용하고 융합하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과학을 꼭 인간이 수행해야 하는가 아니면 인공지능(AI)이 대체해도 좋은가, 또는 그렇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이 책은 말하자면 현대 과학이 답하는 궁극적인 질문들을 모아 둔 현대인을 위한 핵심교양 가이드북이다.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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