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꿨다고 걱정 마시라.. 백신 맞듯 내성 생겼으니

기자 2021. 11. 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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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 출간되면 잠을 못 잔다.

밤새 악몽에 시달린 나를 달래 줄 것 같았다.

시험에 관한 악몽을 꾼 학생들일수록 시험을 더 잘 봤던 거다.

특히 악몽을 자주 꿔 걱정이라는 형제자매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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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신간이 출간되면 잠을 못 잔다. 잘 팔리면 잘 팔리는 대로, 안 팔리면 안 팔리는 대로 노심초사+전전긍긍+좌불안석의 상태가 2주쯤 지속된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악몽을 꿨다. 꿈에서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그러더라. “내 작품을 한국에서 꾸준히 소개해 준 건 고맙지만 이번에 나온 ‘영혼 통행증’은 판매가 저조하네요. 더 이상은 계약이 어렵겠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큰일이네. 그럼 이제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하다가 퍼뜩 깼다.

다음 날 서점에서 핀란드의 소설가가 쓴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리프)를 집어 든 까닭은 제목과 독특한 표지 일러스트 때문이다. 밤새 악몽에 시달린 나를 달래 줄 것 같았다. 작은 마을 하미나에서 송이버섯 사업을 하는 미카엘은 메스꺼움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다. 처음에는 경쟁업체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성 질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의사의 진단은 독버섯에 의한 장기손상. 그동안 조금씩 체내에 축적된 독소의 양이 하마도 쓰러뜨릴 정도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를 조퇴한 뒤 집으로 돌아온 미카엘이 맞닥뜨린 건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직원과 아내의 불륜 장면이었다. 그리하여 아내, 직원, 경쟁업체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대관절 누가 나에게 몰래 독버섯을 먹였을까’를 수사하는 본격 CEO 미스터리 활극이 펼쳐지는데, 지금껏 술에 물 탄 듯 살아왔던 그가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변하는 과정이 말도 안 되게 웃기다.

심리학자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은 자신의 책에 “인간은 꿈을 꾸는 동안 실패 위기에 처한 무능력자가 된다”고 적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700명의 의대생을 대상으로 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커닝하다가 들키거나 시간이 부족해 시험을 망치는 악몽을 꿨다. 하지만 실제로 의대생들의 시험 점수를 봤을 때 악몽은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시험에 관한 악몽을 꾼 학생들일수록 시험을 더 잘 봤던 거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걱정스러운 상황이 나타나는 꿈은 마치 어떤 사람들이 일부러 벌에 쏘여 독에 대한 내성을 키워가듯, 현실에서의 삶을 잘 헤쳐 나갈 방어막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처럼 말이다. 그러니 당장 병원에 실려 갈 정도가 아니라면 ‘걱정한다’는 행위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특히 악몽을 자주 꿔 걱정이라는 형제자매님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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