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 플랫폼 '서울런'에 거는 기대

김기덕 2021. 11.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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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성시대다.

서울런은 저소득층 자녀, 다문화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다.

학교 밖 공부라도 '공적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뒤처진 학생의 학습을 돕거나 학생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교육적 정의에 부합한다.

창의적 학습도시, 역동적 변화를 꿈꾸는 서울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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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플랫폼 전성시대다. 플랫폼이란 다양한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서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을 말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장착되고, 스마트폰 활용이 일상화하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마존, 페이스북, 카카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플랫폼은 수단일 뿐이다. 무슨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민간 사업자가 이익 창출을 목표로 운영했다면, 이제는 공적 가치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눈 돌릴 때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보건의료, 복지, 교육 영역에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런’에 주목한다.

서울런은 저소득층 자녀, 다문화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등에게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다. 대학생 멘토를 붙여서 학습을 돕고, 학생별 성과를 기록해서 맞춤형 학습까지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한다. 온라인 학습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혁신을 접목했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우려도 있다. 교육청을 놔두고 서울시가 나선다는 지적과 공공기관이 민간 교육 콘텐츠 업체와 손잡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관련해서 다음 두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육에 관한 모든 책임을 학교에만 돌릴 것인가. 교육은 정규 교육과 방과 후 교육으로 나뉜다. 정규 수업은 선생님의 몫이고,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보충학습이나 심화학습이 필요한 경우다. 학생의 다양한 학습 수요를 학교교육만으로 충족시킬 수 없을 때도 문제다. 학교가 하면 선(善)이고, 학교 밖에서 나서면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학교 밖 공부라도 ‘공적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뒤처진 학생의 학습을 돕거나 학생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교육적 정의에 부합한다. 미래 세대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사회가 나서서 협업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했던 방과후학교도 같은 취지였다.

둘째,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방과 후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내버려두는 것이 정의인가. 교육은 두 얼굴이 있다. 개천에서 용을 만들어내지만, 계층 구조를 고착화하는 힘도 있다. 특히, 평준화된 학교 체제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학교 밖 교육 기회 불평등은 성취 격차를 낳고, 이는 사회 양극화로 이어진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리처드 리브스는 ‘기회 사재기(dream hoarders)’라는 책에서 상류층은 자녀에게 부와 지위를 넘겨주기 위해 여러 수단을 활용한다고 했다. 방과 후에 좋은 선생님을 붙여주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기회 사재기이다. 사교육이라 부르는 것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그렇다면 민간이 제공하는 교육은 무조건 나쁘다는 명분론에 빠져 저소득층 학생의 학습 결손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공적 재원을 들여서라도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최고의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형편이 어려워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오세훈 시장의 고민은 아마 여기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창의적 학습도시, 역동적 변화를 꿈꾸는 서울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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