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어법, 요령의 격률 [우리말 톺아보기]

2021. 11.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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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 '부드러운 말로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엄 있는 말로도 설득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끼리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말을 주고받는 태도를 갖춰 대화하는 방법을 리치(Leech)의 정중어법이라고 한다.

위엄 있는 말하기의 힘을 동경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말하기 속 배려와 듣는 사람이 받는 혜택에 대한 가치를 두어 나누는 대화가 바른 요령을 갖춘 정중한 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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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 '부드러운 말로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엄 있는 말로도 설득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권하는 형태의 대화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직 관계의 사회적 위치에 처하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명령하거나 요구하는 형태의 말은 직접적인데도 매우 공손하게 들리고, 간접적으로 전달하는데도 아주 불쾌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끼리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말을 주고받는 태도를 갖춰 대화하는 방법을 리치(Leech)의 정중어법이라고 한다. 정중어법에는 다섯 가지의 격률(격률이란 '행위의 규범이나 윤리의 원칙'을 말한다.)이 있는데, 그중에 '요령의 격률'은 명령과 요구의 대화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다. '요령의 격률'이란, 듣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는 표현은 최소화하고, 혜택을 주고 배려하는 표현은 최대화하라는 것이다. "보고서 오늘까지 완성해 주세요"보다는 "바쁘겠지만, 시간 좀 잠깐 내서 보고서 오늘까지 완성해 줄 수 있어요?"와 같이 '좀, 잠깐' 등의 어휘를 사용하거나 '바쁘겠지만'이라는 전제를 두고 말함으로써 듣는 사람의 부담을 덜고 혜택을 주는 것이 요령의 격률을 준수한 말하기이다. 더불어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보다 제안하며 물어보는 형식으로써 듣는 사람을 더 배려하는 대화를 수행하게 된다.

요즘 강한 자가 너무 많은 사회이다. 위엄 있는 말하기의 힘을 동경하기보다는 부드러운 말하기 속 배려와 듣는 사람이 받는 혜택에 대한 가치를 두어 나누는 대화가 바른 요령을 갖춘 정중한 어법일 것이다.

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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