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3] 천둥신과 요소수 파동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2021. 11.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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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우레, 천둥을 의미하는 한자 ‘뢰(雷)’를 ‘가미나리(神鳴)’라고 읽는다. 신이 울리는 소리라는 뜻이다. 반면 ‘이나즈마(稻妻)’라고 읽을 때도 있다. ‘벼의 아내(또는 남편)’라는 뜻이다. 다소 엉뚱한 이름인데, 옛날 일본 농부들은 벼가 자라는 시기에 천둥이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천둥을 벼의 배우자로 섬기며 천둥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천둥과 풍년의 관계를 과학으로 풀이하려는 주장이 있다. 벼의 생육에는 필수 영양소로 질소(窒素)가 필요한데, 낙뢰(落雷)는 공기 중 질소를 질소화합물로 변환시켜 토양에 흡착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논에 벼락이 떨어지면 벼 뿌리의 질소 공급량이 증가하여 생육을 촉진하므로, 천둥을 벼가 결실하도록 짝을 이루는 배우자로 여긴 것을 그저 미신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이제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농업 생산력 증대를 위해 공기 중의 질소를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다. 20세기 초반 질소와 수소를 원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하버-보슈법’ 개발은 인류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모니아는 요소 생산의 주원료다. 요소는 작물 생육에 즉효를 내는 질소비료로 사용되며 근자에는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용 물질로도 쓰임새가 늘었다. 암모니아와 요소 생산은 현대 화학 산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되었고 기술도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다.

최근 디젤 차량에 사용하는 요소수 품귀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환경 규제로 요소가 운송 산업의 필수 물자가 되었지만 특정국에 공급을 의지하는 상황을 방치한 안이함이 빚어낸 결과다. 허둥지둥 요소 동냥을 다니는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천둥신 강림이나 기다리던 시절로 돌아간 듯 황망한 심정이다. 요소수 하나로도 이 난리인데, 하물며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탈원전, 탈석탄 정책이 초래할 변화에는 충분히 대비한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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