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DNA' 충만한 두 감독의 '단군 매치'

이용균 기자 2021. 11. 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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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4일 고척야구장서 개막

[경향신문]

KT 이강철, 해태 투수로 5번 우승·MVP 등 ‘왕조의 주인공’
두산 김태형, 선수로 1번·감독으로 3번 ‘가을 승부에 최적화’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우승 DNA’를 지닌 두 감독의 맞대결로 결정됐다.

KT 이강철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 선수 시절 ‘왕조’의 주인공으로 한국시리즈에서 5번이나 우승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수로서는 우승을 한 번 경험했지만, 두산 감독으로 3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의 맛’을 아는 두 감독의 대결이다.

이 감독은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였다. 1989년 데뷔와 함께 15승을 거뒀고, 지금까지도 유일한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가을에도 ‘강심장’이었다. 1996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대 5번째 한국시리즈 완봉승을 따냈다. 1차전과 2차전에서 구원 등판했던 이강철은 완봉승 이후 다시 이틀만 쉬고 5차전 9회 등판해 세이브를 따냈고, 바로 다음날 열린 6차전에 다시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한국시리즈 5경기 등판, 2승 1세이브는 1984년 최동원 못지않은 활약이었고 이강철은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우승에 필요한 ‘강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지난달 31일 삼성과의 1위 결정전 7회 1사 3루 위기 때 쿠에바스를 교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 감독은 “압도적인 투구를 한 투수 바로 뒤에 나오는 투수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좋은 투수를 투입해도 폭투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 DNA’에 기반한 판단이었고, 적중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어쩌면 가을에 최적화된 감독이다. 선수 시절 우승은 1995년이 유일했고, 그해 한국시리즈 타율은 0.250이었다. 감독 첫해였던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동안 ‘가을 경험’을 누구보다 많이 쌓았다. 승승장구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김 감독의 장점이 있다.

2017년과 2018년, 2020년 등 한국시리즈 패배의 경험이 김 감독의 경기 운영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김 감독이 보여준 ‘압박 야구’와 성공은 그 패배들을 통한 깨달음에서 나왔다. 김 감독은 코치로서도 여러 번의 패배를 맛봤다. 2005, 2007, 2008년 두산의 준우승 때 배터리 코치였다.

이강철 감독 역시 감독으로서 한국시리즈는 처음이지만, 2014년 넥센 코치, 2018년 두산 코치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당한 패배는 이 감독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감독은 당시 3차전부터 과감한 마운드 운영을 선보이며 기세에서 밀리지 않았다.

1년 만에 한 계단 더 높은 곳에서,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타이거즈 우승 경험의 이 감독과 베어스 우승 경험의 김 감독 모두 우승 DNA를 충분히 지녔다. 호랑이와 곰이 벌이는 ‘단군 매치’다. 이 감독은 “멋진 승부가 될 것”이라면서도 “정규시즌 1위의 자부심으로 통합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부담 없이 편안하게 가겠지만 우승은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욕심은 내겠다”고 말했다.

KT는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 경기들이 사실상 포스트시즌이나 다름없었다. 충분한 예방주사 역할을 했다. 두산은 진짜 포스트시즌을 ‘승리’로 연달아 장식하며 기세가 올랐다. 1차전은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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