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종전선언, 한·미 간 상당히 조율 끝나"
[경향신문]
국회 외통위 참석…“북 반응 봐야”
“성사 여부는 낙관적으로 보진 않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1일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고 그걸 통해 비핵화 달성, 평화 정착을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서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와 미국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의 진전 여부를 묻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정 장관은 “종전선언의 형식, 내용에 관해 미측과 최근 아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한미 간에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말했다.
장 장관의 이날 발언은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의 근본적 견해 차이가 해소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한·미의 향후 대북 행보가 주목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과 함께 협상을 개시하고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의 ‘종전선언 입구론’을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기존 입장을 바꿔 한국의 ‘입구론’에 동의했다는 설명이어서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 장관 발언에 대한 확인 요청에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서 말한 워딩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비교적 명확하게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은 이날 한·미 간 의견일치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 성사 여부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종전선언이 무난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추가 질문에는 “그렇게까지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미국과 한국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반응을 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입장을 바꿔 선(先) 종전선언에 동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조만간 한·미 공동의 대북 종전선언 제안이 이뤄질 수도 있는 획기적 변화”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남북 간의 대화 과정에서 교황께서 북한을 방북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는 의견은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황의 방북 의사와 관련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라고 묻자 “일단은 부정적인 반응은 없다”며 “그러나 교황청 입장은 북한의 공식 초청이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장관은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한·중외교장관 회담 전에 상세한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탈리아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요소수 문제를 거론되지 않은 점이 지적되자 “제가 사실 그 이전에 출국해서 요소수 문제에 대한 상세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1일 요소 등 29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전 검사 의무화 조처를 시행한다고 고시했지만 외교부는 주상하이총영사관이 기업 쪽 우려를 보고한 21일 요소수 문제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시점에도 정부는 요소 품귀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고, 이달 2일에서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정 장관은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지난달 26일 러시아로 출국했으며, 2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 수행 차 이탈리아로 이동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박은경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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