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년전 두 반가사유상..시간이 멎은 듯 '사유의 방'
넓직한 공간에 국보 2점만
시공 초월 강렬한 에너지 뿜어
날카로운 눈매·신비한 미소..
시간을 초월한 듯한 무(無)의 공간, 진공의 우주 같은 신비감으로 가득한 이곳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마련된 '사유의 방'. 국보 반가사유상 2점을 나란히 전시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일부터 이 전용 공간에서 두 반가사유상을 나란히 상설 전시한다. 이전에도 2점이 나란히 전시된 적은 있지만 일회성 행사였다. 이제는 언제라도 박물관을 찾으면 두 반가사유상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사유의 방을 설계한 건축가 최욱은 "긴 복도를 걸으며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즈음 반가사유상을 만나게 된다"며 "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관객 동선이 형성되도록 설계해 다양한 각도에서 반가사유상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금동으로 제작된 두 반가사유상은 1400여 년 전 삼국시대 유물이다. 전시실에 들어갔을 때 왼편에 놓은 높이 81.5㎝ 반가사유상은 푸른 회색빛이 감돈다. 조선총독부가 골동품 수집가인 후치가미 사다스케에게 4000원을 지급해 구입했고, 광복 후 국립박물관이 인수했다. 오른편 높이 90.8㎝의 금빛 반가사유상은 이왕가박물관(현 덕수궁 미술관)이 일본인 고미술상 가지야마 요시히데에게 2600원을 주고 사들였다. 금동 반가사유상은 국내에 20여 점이 남아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두 점은 모두 국보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만 가부좌를 튼 반가(半跏)의 자세로 사유하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반가의 자세는 나머지 한쪽 다리를 내려 가부좌를 풀려는 것인지, 나머지 한쪽 다리를 올려 완전한 가부좌 자세로 명상에 들어가려는 것인지 모호하다. 멈춤과 나아감을 반복하며 깨달음에 이르는 움직임을 형상화한다. 그래서 일반 부처상과 달리 정적인 가운데 내적 움직임이 느껴진다.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미소다. 날카로운 눈매와 입꼬리 선이 형성하는 은은한 미소는 얼굴 오른편에 대고 있는 부드럽게 휘어진 손가락과 맞물려 신비한 매력을 발산한다.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바라보는 각도뿐 아니라 조명이나 좌대 높이에 따라 시시각각 바뀐다"고 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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