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태권도장 하셨던 아버지, 두려움 향해 달려가라 가르쳤죠"

최수현 기자 2021. 11. 11.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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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홈피에 '골프인생' 글 남겨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대회 디펜딩 챔피언으로 12일 출전
드라이버샷 하는 김세영./메디힐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총상금 175만달러)이 12일부터 플로리다주 펠리컨 골프클럽(파70·6353야드)에서 열린다. LPGA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는 세계 랭킹 4위 김세영(28)의 이야기를 10일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극적인 승부로 잘 알려진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운 태권도를 바탕으로 어떻게 골프 인생을 헤쳐 왔는지, ‘두려움을 향해 달려가라’는 글에 직접 풀어놨다.

김세영이 지난해 11월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게티이미지

김세영은 아홉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으나, 그보다 한참 전부터 태권도 관장이었던 아버지 김정일씨에게 태권도를 배웠다. 열두 살 때 이미 공인 3단 검은띠 유단자였다. 태권도로 익힌 유연성, 균형감각, 타이밍, 지렛대 원리 등이 골프 스윙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태권도에선 모든 근육을 사용하고 모든 힘을 한 점에 집중한다. 모든 근육을 이용해 정지된 공 뒷면에 최대한 큰 힘을 가하는 골프도 마찬가지다.”

태권도 승급 심사나 시범 공연 때마다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경험을 일찌감치 했다. 무엇보다도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나의 적이지만, 진정한 적은 두려움”이란 걸 깨달았다. 아버지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싸움에서 질 수 있지만, 두려움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늘 강조했다.

어린 시절 태권도하는 김세영./국기원

이후 골프에 전념한 김세영은 두려움⋅압박감과 싸우며 한국 여자 프로골프(KLPGA) 투어 5승을 쌓았다. 2015년엔 미국 투어에 데뷔했다. 영어를 꽤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음식 주문도 할 수 없고 경기위원 말도 알아듣지 못했다. 첫 대회가 끝나고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실수한 것 같아요. 모든 게 너무 힘들어요.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요.”

다 듣고 나서 아버지는 물었다. “무섭니?”

대답 없는 딸에게 아버지는 덧붙였다. “일주일만 더 해보고 다시 얘기하자.”

바로 다음 주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김세영은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두 달 뒤 롯데 챔피언십 연장전에선 인생 최고의 8번 아이언샷으로 기적 같은 샷 이글을 터뜨려 또 우승했다. 호텔에 체크인하거나 식당 메뉴 읽는 건 여전히 어려웠지만, 그는 더 이상 결정이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신인상, 지난해 메이저 우승과 올해의 선수상, 미국 투어 통산 12승을 달성하는 동안 내내 아버지의 말을 생각했다고 한다. “두려움을 향해 달려가라. 용감한 사람 앞에서 두려움은 항상 사라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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