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벤자민 버튼처럼 사는 금융위

박재범 증권부장 2021. 11. 1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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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초 집값이 들썩일 때다.

금융당국은 "대출 억제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나름의 저항을 하지만 곧 고개를 숙인다.

대출 금리는 기준 금리가 아닌 금융당국의 말과 행동에 맞춰 올라간다.

신용 스코어링 시스템을 발전시켜서 중금리 대출을 만들어내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목표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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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쌍관(首尾雙關), 일관성은 있다. 문재인 정부 초 대출 억제, 임기 말 숨 막힐 정도의 대출 규제는 대칭을 이룬다.

현 정부 출범 초 집값이 들썩일 때다. 금융당국은 "대출 억제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나름의 저항을 하지만 곧 고개를 숙인다. 참여정부 말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는, 근거없는 성공의 경험이 독(毒)인 줄 모르는 여권의 압박 때문이다.

가계 부채 관리라는 명분하에 논리를 만든다. 명분, 논리가 어떻든 현실에선 대출 규제다. 젊은층이 현 정부로부터 이상 신호를 받은 게 이 시점이다. (사실 가상자산 규제, 영끌, 부동산 폭등 등은 사후추인 성격이 강하다).

잠실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억대 연봉의 30대 변호사 부부는 대출이 막혀 '멘붕'에 빠진다. 부부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높아진 문턱은 합리적 계산조차 거부한다.

반면 '부모 찬스'의 신혼부부는 대출없이 집을 산다. 여기서 공정 이슈와 만난다. '부모 찬스' 자체가 불공정한 게 아니다. 규제 강화에 따른 룰(규칙) 변화가 불공정 환경을 만들었다는 게 화를 돋군다. 코인, 주식, 영끌 등은 존재하는 룰에 따른 행동에 불과하다. 헌데 그럴 때마다 정부는 규제로 룰을 바꾼다. '불평등'보다 '불공정'에 민감한 이유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는 초강력하다. 연초 마이너스 통장 관리에 나서더니 이내 가계부채 관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 측면에서 보면 현 시점 최우선 국정과제는 가계부채 관리다.

액션 수순을 보자. 통상 언론이 '과도한' 걱정을 쏟아내는 게 먼저다. 금융당국은 "아직 위험 수준이 아니다"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상황은 아니다" "양의 증가 속도는 우려됐지만 관리범위에 있고 질은 괜찮다" 등의 레토릭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며 뭍밑에서 대책을 만든다.

이번엔 언론이나 학계가 설레발을 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자발적으로 경고 사이렌을 울리고 공포를 키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후의 변화다.

금리 인상보다 더 강한 액션에 금융권, 시장은 화들짝 놀란다. 은행은 대출 문을 아예 닫는다. 대출 금리는 기준 금리가 아닌 금융당국의 말과 행동에 맞춰 올라간다.

합리적 경제 주체들은 나름의 살 길을 찾는다. 투자회사 임원은 은행 몇 곳을 찾아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 한도로 열었다. 불과 1주일 새 그가 만든 대출만 5억원이다. 당연한 '룰'만 믿었던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담보가 있건, 신용이 좋건 의미 없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준인 증가율 '6.99%' 숫자는 실수요자의 눈물보다 중요하니까.

#금융당국이 금융 안정성을 말하며 금융을 버린다. 금융의 본질은 융통이다. '미래'에 갚을 것을 전제로 현재 빌리는 거다. 한 개인의 미래와 현재의 연결이 바로 금융이다.

현재에 좌절하지 말라는 희망, 상환 부담에 따른 노동의 유인 등이 경제 활동의 출발이다. 하지만 2021년 대한민국의 개인은 미래 소득을 현재로 끌어오는 것 자체를 부정당한다.

시스템 리스크, 국가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희생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지켜야하는 그 숫자를 위해 금융의 본질이 훼손된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시스템은 가계부채가 아닌 금융의 훼손 때문에 망가진다. 은행은 점포별로 가계대출 가능 금액을 따지고 숫자를 맞추느라 바쁘다. 신용 스코어링 시스템을 발전시켜서 중금리 대출을 만들어내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목표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용융자 금리를 낮추라는 압박을 받았던 증권사는 신용융자 금액을 한도의 70% 밑에서 관리하라는 주문을 맞추느라 머리가 아프다. 금융회사는 정부가 만든 분기별·연간 여신 운용 계획에 따라 점포별 배정·운용하던 30~40년전으로 강제 회귀했다.

'자체 심사 능력 강화→다양한 대출 상품 출시→서민 금융생활 안정'의 선순환은 당국의 문서에나 존재할 뿐이다. 금융당국의 할당에 맞추는 게 금융회사가 할 일이다. 은행의 여신심사능력이 80년대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무리 규제 산업이라지만 금융 자체를 부정하는 규제까지 허용되는 것일까.

정치의 과거 회귀를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미래 먹거리, 4차 산업혁명 등도 솔직히 사치다. 이미 금융은 30년 전으로 돌아갔으니까.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금융위의 시간도 거꾸로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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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증권부장 swal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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