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삶] 오디오 요지경
[경향신문]
2년이 다 되어가는 코로나19 시대. 음악계는 말 그대로 위축되고 쪼그라들었다. 어둠과 빛은 공존한다. 작년 가을 무렵, 한 고급 오디오 취급 업체 사장을 만났다. “어려우시죠?”라는 질문에 그는 멈칫거리며 대답했다. “사실… 남들한테 미안해서 말은 못하는데 이쪽 시장은 엄청 호황이에요.”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던 많은 활동들이 중단됐다. 자영업자들이야 고난의 행군을 겪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융자산의 가치는 폭등했다. 부동산, 주식, 가상통화… 가리지 않고 그랬다. 부동산으로 얼마를 벌었다더라, 비트코인으로 돈이 복사되는 체험을 했다더라… 이런 이야기들이 쉽게 들려왔다. 그런데 거리 두기로 인해 소비할 수 있는 대상이 대폭 줄어들었다. 번 돈이 많아진 사람, 원래 많이 벌던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 그 돈의 일부가 고급 오디오 시장으로 흘러든 모양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디오 시장이란 게 그리 크지 않아서 정확한 통계를 알 수는 없지만 체감은 할 수 있었다. 중고가 오디오를 주로 들여놓던 편집숍이 있다. 올봄 언젠가 그곳을 방문했다. 예전엔 거의 없던 하이엔드급 오디오가 즐비했다. 몇천만원대 세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 못지않은 고급 주거지로 떠오르는 이 지역에 이사 오는 사람들이 몇천만원짜리 세트를 다이소에서 물건 사듯 구입한단다. 조금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비록 이 시장 비슷한 것, 이 뜨거워지면서 원하는 매물을 원하는 가격에 구하기가 힘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좋은 소리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는 얘기일 테니까. 나는 생각해왔다. 세상에 ‘막귀’란 없다고. 단지 좋은 소리를 경험할 기회가 그만큼 없었을 뿐이라고. 오디오에 처음 입문했을 때, 밖에서 술을 마시다가도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소리가 주는 황홀경이 자꾸 귀에 맴돌아서다. 이유야 어쨌든 이쪽에 입문한 이들, 즉 환자들이 늘어났다. 동병상련, 아니 동병상축을 전한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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