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꼬리에 꼬리를 무는 TV
인간은 이야기를 소비하는 동물이다. 천일(千日) 동안 이어졌다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예를 굳이 들지 않아도, 하나의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로 또 다음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요즘은 TV와 OTT(동영상 서비스)가 연결되어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한다.
SBS에서 방송 중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얼마 전 여기서 ‘이태원 살인 사건’을 방송했을 때 일이다. 갑자기 웨이브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2015년 에피소드와 2009년 개봉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의 시청 시간이 급증하며 차트 순위권에 진입했다. 방송 이후 관련 영상을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청이 이어진 결과였다.
그동안 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사실 나열식 전달, 취재, 인터뷰 같은 플롯이 주를 이뤘다. 이는 젊은 세대에겐 ‘어른들이나 볼 법한’ 시사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포맷이다. 하지만 ‘꼬꼬무’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이야기의 형식을 취한 것이다. 마치 친한 친구끼리 ‘그거 알아?’ ‘그런 일이 있었대’ ‘어머, 말도 안 돼!’ 같은 대화 방식으로 역사적 사건을 다루다 보니, 시청자들은 절로 이야기 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다뤄진 사건을 지난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고, 같은 제목의 영화까지 찾아보는 적극적 시청을 이어간다. 이 같은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는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과 콘텐츠 큐레이터의 남다른 ‘픽(Pick)’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무조건 비슷한 콘텐츠만 추천한다고 만능이 아니다. 추천 알고리즘에만 맡겨둘 경우 자칫 편향된 시청으로 귀결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콘텐츠는 얼마나 많은가. 인간 큐레이터들은 ‘그래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같은 새로운 키워드를 끊임없이 제시한다. 이를 통해 컴퓨터는 이해할 수 없거나 미처 몰랐던 취향을 시청자들이 발견토록 돕는다. 그래야 이용자들도 우리와 이야기가 잘 통(通)한다고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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