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만 해도 무선충전 되는 버스가 있다? [현장에서]

윤희일 선임기자 2021. 11. 1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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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카이스트 개발 ‘올레브’ 버스
8월부터 대덕특구 순환 운행
여러 버스 한번에 충전 가능
송신장치 땅속 매설돼 깔끔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북문 앞에서 지난 8일 무선충전 전기버스 ‘올레브’가 충전되는 동안 운전기사가 버스 앞을 지나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지금 충전 중입니다. 선이 하나도 없지만, 무선으로 충전이 되고 있는 거예요.”

지난 8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북문에 있는 버스정류장. 무선충전 전기버스 ‘올레브’(On-Line Electronic Vehicle)의 시점이자 종점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특구1’이라는 번호판을 달고 대덕특구 일대를 순환하는 버스가 주차 상태에서 충전을 하고 있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카이스트가 대용량 전기에너지를 무선으로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자기공진형상화 기술)을 개발했고, 이 기술을 이용한 시내버스를 제작해 운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레브의 크기는 일반 시내버스보다 약간 작은 30인승이다. 지난 8월24일부터 승객을 태우고 하루 24차례 운행하고 있다. 카이스트를 출발해 대덕특구 일대에 있는 연구소~DCC(대전컨벤션센터)~도시철도 월평·유성온천·구암 등을 경유해 다시 카이스트로 돌아온다. 요금은 일반버스와 같은 1250원이고, 무료 환승도 가능하다.

버스정류장의 바닥(주차장)에는 무선충전기의 송신부가 매설돼 있고, 전기버스에는 무선충전 장치의 ‘수신부’가 설치돼 있다.

유선충전 방식과 달리 별도의 충전시설이나 연결부품(커넥터)이 없어도 동시에 여러 대의 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전력공급선이 땅속에 매설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고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무선충전 전기버스는 1시간에 150㎾를 충전해 150㎞를 주행할 수 있지만, 현대 대덕특구 순환노선에서는 버스기사의 휴게시간인 20분 동안 50㎾를 충전한 뒤 23.5㎞를 달린다. 대전시 과학산업과 강영옥씨는 “앞서 개발돼 카이스트 내 셔틀버스나 경북 구미시 일부 구간에 투입된 적이 있는 무선충전 전기버스에 비해 기술이 대폭 향상됐다”고 말했다.

운행 중인 버스에 타봤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우수했다.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는 물론 주행할 때도 소음이 적고 부드러웠다. 버스에 탄 한 학생(23)은 “환경에 좋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김서경씨는 “충전이 너무 간편하고, 시·종점을 비롯한 모든 노선에서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쾌적하게 일할 수 있어 좋다”면서 “운전경력이 30년을 넘었는데 이런 최첨단 버스를 몰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전운수 소속 운전기사 8명이 교대로 3대의 무선충전 전기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2년간의 시범운행을 통해 기술적 측면과 시민 편의성 등을 검증한 뒤 이 버스의 확대 운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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