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독립합니다".. 두 아들 손잡고 두산 떠나는 박용만

신은진 기자 2021. 11. 1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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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사임 밝혀.. 봉사·구호활동에 집중할 듯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두산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두산그룹은 10일 “박용만 회장이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사임한다”며 “두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도 ‘전문 분야에 맞는 커리어를 위해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박 회장이 알려왔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본인과 두 아들이 두산그룹에서 떠나 독립하겠다는 뜻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날 밝혔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을 비롯한 삼부자가 두산그룹에 대해 갖고 있는 지분〈그래픽 참조〉도 조만간 정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떠나는 박용만 회장, 앞으로 행보는

두산그룹 측은 “박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이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하겠다고 계속 얘기해왔다”면서 “그동안 경영 실무에 관여하지 않았고 매각 작업도 마무리된 만큼 자연스럽게 사임하는 것이라고 전해왔다” 밝혔다. 박 회장은 본인이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되자, 상당히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앞으로 본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소외 계층 구호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영입 0순위’였던 점을 감안할 때 내년 대선을 앞두고 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박 회장 측 인사들은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없다”며 일축했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부사장에 대해서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분야에서 다수의 유망 회사들을 육성하는 일에 이미 관여하고 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두산 측은 밝혔다. 차남인 박재원 상무도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때 설립한 벤처캐피털 회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투자 사업을 한다고 전했다.

◇완전한 독립…두산 지분도 모두 매각할 듯

박 회장은1955년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으로 태어났다. 올 2월 출간한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에서 어머니가 달랐던 형들, 특히 큰형인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너는 내 동생”이라는 말을 들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본인의 가족사를 공개했다. 그는 2012년 ‘형제 경영’ 전통에 따라 박용현 회장의 후임으로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 회장은 회장 취임 후 4년 뒤인 2016년 3월 박용곤 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현 회장에게 그룹 총수직을 넘겼다.

박 회장은 셋째 형인 박용성 회장과 함께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콜라·맥주·소주 등 식음료 중심의 회사를 중공업과 건설기계 중심으로 과감하게 재편했다.

박 회장은 2015년 장남 박서원 부사장을 두산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하며 시내 면세점 사업에 야심 차게 진출했지만, 치열해진 경쟁 탓에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끝에 결국 사업을 접어야했다. 두산그룹 임직원들은 대한상의 회장을 역임하며 문재인 대통령과도 접촉이 잦았던 박 회장에 대해, “두산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을 정도로 흔들린 것은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가 가장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박 회장이 원전산업과 두산그룹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두산을 떠나는 것이니 나도 이제 독립이다”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생그룹을 별도로 세워 일찌감치 분가한 동생(6남) 박용욱 회장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두산그룹 오너 일가들이 뜻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두산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두산건설 지분 일부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해 연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조기 졸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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