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오지마" vs "환영해, 어대윤"..고성 뒤엉킨 尹 5·18 참배

[the300](르포)

(광주=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막혀 참배단까지 가지 못한 채 도중에 멈춰 서 사과문을 읽고 있다. 2021.11.10/뉴스1

"5·18을 부정하는 윤석열은 오지마라!!"
"윤석열이 왜 못 오냐! 광주 시민은 환영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른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10일. 윤 후보의 마지막 행선지인 5·18 민주묘지는 지지자와 반대 시위자, 경찰 등 400여명의 인파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윤 후보가 움직일 때마다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와 비난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뒤엉켰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4시17분쯤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 도착했다. 윤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지지자들은 곧바로 윤 후보 이름을 연호했다. 윤 후보의 참배를 막기 위해 온 반대 시위자들은 '욕하시 맙시다. 계란을 던지지 맙시다. 자작극에 말려들지 맙시다', '5·18을 부정하고 전두환을 옹호한 윤석열은 광주 영령 앞에 오지 마'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머리 위로 힘껏 들어 올렸다.

자신을 광주시민이라고 밝힌 40대 여성은 "윤석열 참배를 막기 위해 왔다"며 "민주화 정신을 더럽힌 자는 민주화의 성지를 방문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서 있던 50대 남성은 "윤 후보님과 같이 참배를 하기 위해 왔다"며 "그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인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 후보의 참배를 반대하는 모습./사진=안채원기자

어렵게 인파를 헤치며 이동하던 윤 후보는 결국 참배탑을 50m 정도 앞둔 거리에서 멈춰 섰다. 해당 지점에서부터 시민단체 인원들이 저지선을 만들어 그의 이동을 막았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 대학생 진보연합에서 나왔다고 밝힌 한 20대 남성은 "윤 후보가 참배탑까지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했다. 50여명의 인원이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 후보의 앞길을 막았다.

이들 뒤로는 오월 어머니들 20여명이 나란히 의자에 앉아 참배탑 앞을 막았다. 오월 어머니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응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참배탑 앞을 지키는 오월 어머니들의 모습./사진=안채원 기자

중간에서 멈춰 선 윤 후보는 약식으로 참배한 뒤 미리 준비해 온 사과문을 꺼내들었다. 윤 후보는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는 40여년 전 오월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에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오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 지켜봐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생가를 방문해 유족들과 차담회를 하는 것으로 광주 일정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5·18 자유공원에 방문, 5·18 민주항쟁과 관련된 전시물들을 둘러본 뒤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윤 후보 지지자들은 이날 윤 후보의 일정마다 나타나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 "정권교체 윤석열" 등을 외쳤다.

(광주=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탑과 묘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참배광장에서 묵념을 한 뒤 묘지를 나서고 있다. 2021.1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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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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