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 취약계층 지원에 써야

한겨레 2021. 11.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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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유찬|홍익대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올해 8월 말 기준 국세수입이 세입 예산 대비 26.9조를 초과했다. 추세가 이어지면 2021년 전체의 초과 세수는 40조가 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확실한 숫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워한다. 올해 남은 기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물론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는 항상 불확실했고 그러한 환경에서도 필요한 정책은 결정되어야 한다. 9월 이후에 달라질 요인을 진단해보아도 올해 초과 세수로 30조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숫자가 내년 초에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현재 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을 힘들게 기다리는 자영업자와 소득 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이고 코로나 경제위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초과 세수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이상 재정 지출 확대로 사용할 수 없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당해 연도의 국채 상환에는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남으면 세계잉여금이 되어 일정 비율을 지방재정교부금과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하고 차순위로 국채 상환과 재정이월에 사용된다. 여당의 대선 후보는 초과 세수를 활용하여 전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더 지급하자고 한다. 1인당 30만~50만원 지급한다면 재정규모는 15조~25조 규모가 되니 계산상 초과 세수로 감내해낼 수는 있다.

2020년과 올해 선진국들이 코로나 극복을 위하여 국내총생산(GDP·지디피) 10~20% 수준의 재정지출을 동원하여 위험에 처한 기업과 소득 취약계층을 돕는 동안 우리는 지디피 3~4%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12월2일 국회의 처리 시한이 다가오는 2022년의 예산도 2021년 추경예산 대비로는 소폭 줄어드는 것이다. 국민들의 체감 경제가 이렇게 취약한 시기에 예산 지출 규모가 과연 적정한 것인가? 재정지출 확대 여력은 과연 부족한 것인가?

올해 초과 세수의 활용에서 정부는 우발적 지방재정교부금을 줄이기 위해 초과 세수의 큰 부분을, 계획된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가채무는 줄어든다. 올해 세수입이 30조 증가하면 약 344조 정도의 국세수입 실적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애초 339조 정도로 예측한 2022년의 세수입도 상당한 규모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3% 정도로 성장하는 경제에서 국세수입이 5조 감소하는 기현상을 목도하게 되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추정을 통하여도 2022년에 30조 정도의 추가적인 국세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초과 세수에 힘입어 이루어질 20조 규모의 국가부채 감소와 함께 계산하면 2022년 말의 국가부채는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기재부 중기 재정 전망의 1068조에서 50조 정도 줄어든 수준에서 안착될 것이다. 정책적 대안은 이 50조를 재정여력으로 보고 활용하여 2022년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다.

확대되는 정부 지출의 사용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보다 꼭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깊게 지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 경제위기의 피해보상에서 스쳐 지나간 간접피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하여, 그리고 일할 기회가 없어지거나 감소한 일용직,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취약계층 근로자들에게 좀 더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번 재난지원금의 지급에서 재산세 과세표준과 금융소득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준 금액을 하향조정하여 계속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라고도 말하는 사람이 있다. 넓게 지급하면 소비효과를 통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취약계층에 더 도움이 된다는 뜻이리라. 통계에서는 소득 하위 계층의 소비성향이 높은 것을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경제정책으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보다 취약계층에 국한한 깊은 지원이 더 효과가 좋은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지출 규모를 국회에서 증액하는 경우 반드시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대통령제하의 정치체제에서 필요한 절차로, 의회의 입법권이 막강한 권력이므로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권능을 부여한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는 관행상 기재부 장관이 이를 행사하고 있다. 기재부는 예산 편성의 실무 부서이므로 중요한 정치적 행위에 대한 최종적인 정부 승인은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서 총리가 행사하도록 관행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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