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브레인'으로 드라마 데뷔한 김지운 감독 "좀 더 유연해져..드라마 작업도 계속 하고파"

오경민 기자 2021. 11. 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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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닥터 브레인> 기자회견 겸 포토콜에 참석한 김지운 감독. 퍼스트룩 제공.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으로 스크린에서 활동하던 김지운 감독이 지난 4일 공개된 애플TV플러스의 첫 한국 콘텐츠 <닥터 브레인> 연출을 맡아 처음으로 드라마를 선보였다. 김 감독은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며 매회 호기심을 자극하는 드라마 문법에 흥미를 느꼈다며, 드라마도 지속적으로 연출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10일 오후 화상 기자회견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시리즈 제작이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형태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영화가 비교적 창작자의 스타일을 존중한다면 드라마는 더 대중에 친화적인 이미지와 화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에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구현하던 김 감독은 <닥터 브레인>에서는 미장센에 대한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놨다. 대신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인물들을 더 또렷하게 그리고자 했고, 감정의 동선도 더 명확하게 이어지게 신경을 썼다.

애플TV플러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닥터 브레인> 1화가 4일 전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퍼스트룩 제공.


주인공 고세원(이선균)이 타인과 뇌를 연결하는 장면들에서 김 감독의 연출은 빛을 발한다. <닥터 브레인>은 뇌과학자 세원이 뇌 동기화 기술을 통해 타인의 기억과 의식에 접속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뤘다. 김 감독은 “뇌에서 뇌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웜홀이나 블랙홀 같은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연출했다. 이후에는 단절적이고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이미지들을 어떤 분위기로 보여줄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시각적 이미지를 조금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대신 스멀스멀 아득한 느낌으로 기억이 구체화되는 과정을 ‘돌비애트머스 3D 패닝’ 기법을 통해 사운드로 구현해 비주얼적인 부분을 보완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주인공 세원이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뇌를 가진 만큼, 감정선 표현에서는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세원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비대한 대신 감정이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편도체가 위축된 특이 뇌구조를 가진 캐릭터로 그려진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며 서사를 따라가는데, 세원의 감정 표현이 거의 없다보니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생겼다. 대본 리딩에서 이 점을 발견한 뒤, 김 감독과 배우 이선균은 현장에서 논의하며 인물의 감정을 덧칠했다.

<닥터 브레인>은 SF스릴러에 감동과 의미까지 더하려 한 김 감독의 욕심이 담긴 작품이다. <닥터 브레인>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김 감독은 살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질주극이었던 원작에 세원의 성장 서사를 보태고자 했다. 김 감독은 “세원이라는 인물이 타인의 뇌를 통해 자기를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결핍과 불완전성을 깨닫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해 (원작에) 한 단계 레이어(층)를 더 만들었다”며 “원작에 나의 비전과 서사를 넣어서 풍요롭게, 깊이 있게 만들었다”고 했다.

<닥터 브레인> 촬영 현장의 김지운 감독. 퍼스트룩 제공.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에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이자, SF 스릴러 장르에 성장 서사까지 더해진 <닥터 브레인>은 데뷔 때부터 김 감독이 추구해 온 ‘하이브리드’의 연장선이다. 그는 “데뷔작 <조용한 가족>도 실은 코미디와 호러를 합친 하이브리드 장르”라며 “나는 ‘비빔밥 장르’라고 얘기하곤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비빔밥에는 여러 맛있는 재료들이 들어가지만 비벼져 하나가 됐을 때 또 다른 독창적인 맛을 낸다. 뭘 넣었냐에 따라서 장르를 섞으면서도 부드럽고 이질적이지 않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2는 아직 제작 계획이 없다. 김 감독의 다음 작품은 영화다. 김 감독은 “<닥터 브레인>을 만들며 시즌2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차기작은 영화다. 이번 작업을 통해 드라마의 묘미도 발견했기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를 앞으로 계속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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