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북한의 '코로나 미신'..팍팍해지는 주민의 삶
시장활동 통제에 교역도 끊겨 경제활동 위축..백신만이 해결책
(서울=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철통방역에만 집중하면서 주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방역체제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주장을 동원해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겨울철 조건에 맞는 방역 대책을 빈틈없이 세우자' 제목의 기사에서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악성비루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겨울 한파에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강해진다는 가설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눈을 통한 전염이나 추위에 바이러스 생존력이 강해진다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겨울철 전염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추위로 인해 실내생활 시간이 늘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자에 대해서도 1개월이 넘는 장기간의 '야적'을 통해 제염작업을 하고 있는데, 외부반입 물자에 바이러스가 묻어서 전염이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사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과도한 방역대응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의약품과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주민들의 영양결핍으로 코로나19가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레닌 시절부터 사회주의 보건의료 정책의 기본이 예방인 만큼 북한은 이런 전통에 충실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경직된 코로나 방역대응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치면서 종합시장의 영업시간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종합시장 주변 노점상의 상행위는 철저하게 단속하고 있다.
시장활동을 통해 돈벌이해온 주민뿐 아니라 시장에서 생필품을 사 온 주민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면서 개인들의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국경지역에서는 북중간 정상적인 교역 뿐 아니라 밀거래까지 통제되면서 외부에서 물자를 들여오던 활동도 사실상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로 인한 북한의 식량부족도 문제다.
올해 북한의 농사 작황은 비교적 괜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매년 외부에서 들여오던 60만t 정도의 식량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봄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비축미를 풀기는 했지만, 올해 추수 이후 비축분을 다시 거둬들이기 위해 협동농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북중교역이 재개를 앞둔 것으로 보여 숨통을 틔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2월부터 내년 봄까지는 다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추위가 심해지는 12월 이후 들어오는 외부 물자에 대해서는 더 긴 야적기간을 거치도록 해 주민들의 손에 들어가려면 봄이 오는 3월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북한에서 일자리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시장에서의 상행위나 이를 뒷받침하는 물류 등을 하던 일자리가 통제로 줄어들고 있어서다.
결론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예전의 삶을 되찾기 위한 유일한 해결방안은 백신뿐이다.
올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이 북한에 적절한 코로나19 백신 전달과 배포를 위해 백신 공동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등과 협력할 것을 촉구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박기범 하버드대 의대 한국 보건정책 프로젝트 국장은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을 다소 주저하는 만큼 코백스를 통해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효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mRNA 백신 공급을 제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코백스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및 시노백 백신을 배정받았지만, 수령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전 주민에 대한 백신 접종이 필요한 만큼 적어도 2천500만명에 대해 접종을 할 수 있는 분량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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