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년간 미국과 380여차례 군사교류..국방보고서에 처음 공개
[경향신문]
대만 국방부가 지난 2년간 미국과 380여개의 군사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대만과 미국의 군사 교류 상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처음이다. 앞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대만 내 미군 주둔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중국의 반발한 바 있다. 대만이 잇따라 미국과의 군사 협력 상황을 공개하고 나선 데는 계속된 무력 시위 등으로 군사적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9일 발간한 ‘2021년 국방보고서’에서 2019년 9월부터 지난 8월까지 2년 동안 미국과 모두 384개 군사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2년간의 군사 교류 활동에 참가한 양쪽 병력은 모두 2799명이다. 이 기간 107개 프로그램을 통해 미군 618명이 대만을 방문했고, 대만에서는 175개 프로그램을 통해 군인 542명이 미국을 찾았다. 또 전화와 화상회의, 문서 교환 등을 통해 모두 1639명이 102개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과 미국의 군사 협력 내용이 이같이 세부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과의 군사 협력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중국의 침공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대만 내 미군 주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중국의 침략시 미군이 대만 방어를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었다. 당시 중국 쪽에서는 대만에 소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은 중국도 인지하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인데 차이 총통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를 공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군사적 개입 의지를 명확히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고, 대만 방어 약속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군사 협력 상황 공개도 이런 전략적 판단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만이 미국과의 군사 교류 사실을 공개한 배경에는 양안간에 고조되고 있는 군사적 긴장감이 자리잡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8월 사이 모두 554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전시와 평시 상황을 오가는 ‘회색지대 작전’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미 대만의 주요 항만과 공항을 봉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정치·경제·군사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과 합동 상륙작전 수행 능력 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대만해협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만은 확고한 국방력으로 민주주의와 자유 체제를 지키고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국방력과 공동 전투 능력을 계속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미국 상·하원 의원 6명이 해군 수송기를 타고 대만을 찾은 지난 9일에도 군용기 6대를 대만 ADIZ에 진입시켜 무력 시위를 벌였다. 또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10일 “미국과 대만 지역이 어떤 형식으로든 정부간 왕래와 군사 연락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강력하고 견고한 결심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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