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시간은 흐른다[광화문]

진상현 산업1부장 2021. 11. 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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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회장의 1주기(10월25일)가 며칠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았다. 방문 사실은 이 부회장과 홍 전 관장이 손을 잡고 함께 해인사 계단을 오르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다음날 한 관광객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해인사는 지난해 12월 이 회장 49재 봉행식이 열린 사찰이다.

오랜 수감 생활로 심려를 끼친 이 부회장이 어머니를 위로 하고 함께 아버지를 기억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 찾은 것 같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세간의 관심을 뒤로 하고 조용히 이 회장을 추모한 모자의 모습에서 망자를 향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경제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총수라는 무게감과 별개로 이들도 우리와 같은 보통의 아내와 아들이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스러웠다.

앞선 1주기 행사도 조용히 치러졌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당일 오전 수원시 선영에서 조촐한 추도식을 진행했다.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이 회장 흉상 제막식이 열렸지만, 흉상의 모습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측은 "유족분들의 뜻"이라고 했다.

차분했던 유족들과 달리 삼성 직원들의 추모는 뜨거웠다. 삼성 계열사 인트라넷 20여 곳에 개설된 온라인 추모관에는 수만명의 직원들이 방문했고,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추모관에는 1주기 추모 영상과 신경영 당시 이건희 회장의 특강 영상이 함께 게재됐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삼성이 다 바뀌어야 한다. 위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한테 돈을 받고 물건 파는데 불량품 내놓고 하는 게 미안하지도 않느냐"등 어록도 소개됐다. 영상을 보면서 당시로 되돌아간 듯 다시금 긴장과 열정을 느꼈다는 임직원들이 많았다.

삼성은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만 52조8086억원(에프엔가이드 집계)이 기대될 정도의 거대그룹으로 성장했지만 둘러싼 환경은 '백척간두'다. 반도체는 미국의 재건 움직임과 중국의 굴기, TSMC 등 경쟁사의 약진 등으로 패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다른 축인 휴대폰은 여전히 애플의 아이폰과 버거운 싸움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급격한 시장 변화도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바이오가 새로운 사업으로 크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히 지난 8월 이 부회장 가석방 이후 경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24일 발표한 240조원 투자 계획에는 역대 최대라는 수사 외에 "국내외 비상상황", "국가안보산업으로 급부상", "패권경쟁 가열" 등 가감없는 위기의식이 묻어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7일 파운드리 포럼에선 내년 상반기 업계 1위의 경쟁사 대만 TSMC를 기술 면에서 앞서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삼성에 대한 기대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굵직한 M&A 등 공격적인 변화, 판을 바꾸는 통찰, 새로운 비전에 대한 목마름이다. 물론 '이건희 시대'와는 다르다. 이 회장 취임 첫해인 1987년 삼성그룹의 자산은 5조8880억원이었다. 이제는 803조원(2019년 말 기준 금융그룹 포함)이다. 규모 커지면 변화의 속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도 과거와 천양지차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최근 수년간 겪었던 수사와 재판, 옥고,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를 생각하면 지금 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게 무리일지도 모른다. 국정농단 등 재판은 끝났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공판은 아직 시작 단계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원회가 '수사 중단,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대법원까지 간다면 4~5년이 걸릴 거라는 전망도 있다.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취업 제한 규정 위반'에 대한 수사도 진행중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며 판을 바꿨을 때가 51세였다. 지금의 이 부회장 보다 두 살 어렸다. 연말은 재계의 인사와 조직 개편 시즌이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어느때보다 큰 변화에 대한 기대, 현실적인 제약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선택은 이 부회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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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현 산업1부장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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