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도요타 "탄소중립, 정부도 안하는데 왜 우리가.."

유엔의 무공해차 전환 서약 불참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추진되는 ‘무공해차 전환 서약’에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급격한 전기차 전환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실질적인 탄소 저감 효과도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홍남기(앞줄 오른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스코티쉬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6) 기후행동 재무장관 연합'에 참석해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오는 10일(현지 시각) 16국 장관급 회의인 ‘COP26 무공해차 전환 협의회(ZEVTC)’는 무공해차 전환 서약을 도출할 예정이다. “2035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배출 가스가 없는 승용차만 판매하고, 2040년엔 전 세계로 확대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 75%를 차지하는 16국 정부와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 대상이다.

그러나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와 2위 폴크스바겐 모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폴크스바겐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에서 화석연료 발전으로 만든 전기로 전기차를 운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도요타는 “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선 전기차 판매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BMW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이 불확실하다”며 서명을 꺼리고 있다. FT는 특히 “독일·중국·미국 정부도 아직 서명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서명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현실 인식 면에서 도요타·폴크스바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4일 열린 COP26 회의에서 미국·일본·중국도 참여하지 않은 ‘2039년 탈석탄 전환 선언’에 공식 서명해 논란을 빚었다. ‘실현할 방법도 없는데 총대부터 멨다’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합의사항을 다 따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꿔 또다시 비판을 받았다. 만약 정부가 이번 서약에도 참여할 경우 우리 자동차 업계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정부는 이상적인 관념만 쫓지 말고,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