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아메리카노 4100원짜리가 이곳에선 5100원..일회용컵 없는 에코 매장[르포]

최아영 2021. 11. 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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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시청점에서 소비자가 다회용컵을 반납하고 있다. [사진 = 최아영 기자]
"컵 보증금 1000원은 반납기에 컵을 투입하면 환급됩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스타벅스 시청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리유저블컵(다회용컵)과 이 컵을 회수하는 무인 반납기가 생겼다.

스타벅스는 지난 6일부터 서울 중구 일대 12개 매장에서 '일회용컵 없는 에코 매장'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 매장은 일회용컵 사용률 0%에 도전하고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자 기획됐다.

시범 운영 매장은 ▲무교동점 ▲무교로점 ▲한국프레스센터점 ▲시청점 ▲시청플러스점 ▲을지로삼화타워점 ▲을지로내외빌딩R점 ▲을지로국제빌딩점 ▲을지로경기빌딩점 ▲서소문로점 ▲서소문배재점 ▲별다방점 등 12곳이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시청플러스점에서 주문한 음료가 담긴 리유저블컵. 보증금은 1000원이다. [사진 = 최아영 기자]

◆ 에코 매장 이용 시 테이크아웃컵 보증금 1000원

에코 매장 안에서는 머그잔을 이용하면 되지만, 테이크아웃을 하려면 개인 텀블러나 리유저블컵이 필요했다. 리유저블컵에 음료를 달라고 했더니 직원은 "보증금 1000원이 부과된다"며 "음료를 마신 뒤 컵을 반납기에 넣으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의 애플리케이션(앱) 주문 서비스(사이렌 오더)도 컵 선택사항에 일회용컵 대신 리유저블컵이 생겼다. 하단에는 '리유저블컵 선택 시 보증금 1000원이 추가됩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리유저블컵을 누르자 금액이 자동으로 합산돼 4100원짜리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가 5100원이 됐다.

받아든 컵은 스타벅스 로고와 무늬가 없는 반투명으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은 '비스페놀A 프리(BPA Free)' 소재였다. 옆면에는 주문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었다. 뚜껑은 일회용 플라스틱이었다.

컵에는 '해피해빗' 글자가 투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해피해빗은 스타벅스와 서울시, SK텔레콤 등 민관이 결성한 친환경 협의체 '해빗에코얼라이언스'의 환경보호 플랫폼이다. 스타벅스의 에코 매장 역시 시청 일대 카페 20여곳과 함께하는 시범사업이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스타벅스 시청플러스점에서 사이렌 오더 주문 시 나온 화면. [사진 = 최아영 기자]

◆ 컵에 부착된 스티커 떼고 남은 음료 버리고 반납

음료를 마신 후 리유저블컵 반납기로 향했다. SK그룹의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 관계자가 반납기 옆에서 컵 반납을 도왔다. 컵은 빨대, 홀더, 뚜껑을 모두 제외하고 스티커까지 제거한 뒤 반납해야 했다.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반납기 앞에서 분주하게 스티커를 떼기도 했다. 안내 직원은 "기계가 컵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음료도 남아있으면 안 된다"며 "반납기 도입 초기라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매장에서 반납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납기에 컵은 한 개씩 넣어야 한다. 투입구에 컵을 넣으니 자동으로 문이 닫혔다. 약 10초가량의 컵 확인을 마친 뒤 보증금은 현금, 스타벅스 카드, 해피해빗 포인트 중 선택해 돌려받을 수 있었다. 반납 완료까지 약 1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만난 소비자들은 에코 매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컵이 여러 개일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일회용 플라스틱 뚜껑은 우려되는 점으로 꼽혔다. 리유저블컵 두 개를 반납한 30대 A씨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는 좋다"면서 "하나씩 반납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뚜껑, 스티커 등 남은 쓰레기는 따로 버려야 해서 번거로웠다"고 말했다.

컵을 반납하던 40대 B씨는 "평소 텀블러 들고 다니기 귀찮았는데 다회용컵에 담아준다고 해 보증금을 냈다. 1000원을 내는 만큼 사람들이 이 컵을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회사 후배는 이 컵을 씻어서 사무실에서 재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스타벅스 시청점에 있는 리유저블컵 반납기. [사진 = 최아영 기자]

◆ 회수한 컵은 전문 업체에서 7단계 위생 관리

하지만 모든 에코 매장에 반납기가 있지는 않아 헤매는 소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에코 매장이지만 반납기가 없는 스타벅스 시청플러스점에서는 리유저블컵을 들고 두리번거리는 소비자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B씨는 "다른 에코 매장에서 받아온 리유저블컵인데 모든 매장에 반납기가 있는 줄 알았다"며 "반납기 있는 곳을 찾아서 와야한다는 점이 번거롭다"고 말했다. 반납기 세부 위치는 스타벅스 앱과 해피해빗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회수한 다회용컵은 전문 업체에서 수거해 철저한 위생 관리를 거친다. ▲외관 상태 확인 ▲애벌세척 ▲소독침지 ▲고압자동세척 ▲물기제거 및 자연건조 ▲UV살균건조 7단계를 거쳐 깨끗하게 세척된다. 세척 후 오염 여부를 체크한 뒤 각 카페로 공급된다.

스타벅스는 이번 에코 매장 12곳을 통해 올해 일회용컵 50만개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범 운영인만큼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불편사항들을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내년까지 서울 전 매장, 2025년에는 전국 모든 매장을 일회용컵 없는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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