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재고 등 기밀사항 제외"..추가 정보 요구할라 '촉각'

[경향신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정부에 반도체 공급망 자료 제출
문승욱 산업부 장관, 미국서 상무부 장관 회담 ‘반도체 협력 강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일 고객 관련 기밀 정보를 제외하고 미국 정부에 반도체 자료를 제출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오전 “미 상무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제출했다”면서 “다만 고객 관련 정보는 계약상 공개가 불가능해 미 상무부와 협의해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고객과 신뢰를 지키는 선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자료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자동차 등 생산 현장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반도체 공급망을 파악하겠다며 반도체 주요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 수량, 주문 내역, 제작 장소, 고객 리스트 등 총 26가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반도체 주요 기업에 해당하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B하이텍도 시한인 8일 자정(한국시간 9일 오후 2시) 직전에 자료를 냈다.

당초 미국 정부가 요구한 자료에는 고객 정보 등 민감한 사항이 많아 반도체 업체들이 난색을 표했다. 이에 미 정부는 고객사명 대신 자동차용, 휴대전화용, 컴퓨터용 등 고객의 해당 산업만 명시하도록 기준을 낮췄다. 삼성전자는 고객 정보와 메모리 반도체 재고량 등 내부적으로 민감한 자료를 빼고 제출 자료 모두 기밀로 표시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재고량이 고객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기밀에 해당한다.

양사는 미국 정부가 품귀 현상이 벌어진 시스템 반도체 공급망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어서 메모리 반도체 정보에는 그리 민감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추가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최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자료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연방정부 홈페이지엔 세계 각국 회사가 제출한 189건의 자료가 올라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자료를 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에서 선회해 지난 5일 고객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빼고 비공개로 자료를 제출했다.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인 독일 인피니온과 미국 마이크론·시스코, 일본 르네사스·키옥시아 등도 자료를 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 러몬도 장관과 회담한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제출한 자료에 관해 설명하고 양국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철강 관세 합의와 관련해 한국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날 관영매체 환구시보를 통해 “미국이 반도체 위기를 명분으로 업체들로부터 기밀 정보를 빼앗았다”며 “명백한 약탈”이라고 반발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