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가난한 민주주의' 해결사 누굴까
[경향신문]
좌파 정권, 경제 실패에 중간선거 패배 위기…시민 선택 주목
칠레 대선 등 중남미 선거철…시험대에 오른 ‘핑크 타이드’
선거철이 다가온 중남미의 정치지형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14일(현지시간)엔 아르헨티나 총선, 21일엔 칠레 대통령 선거와 베네수엘라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다음달 28일엔 온두라스 대선·총선이, 내년엔 콜롬비아·브라질 대선이 열린다. 최근 중남미 지역에서 온건한 사회주의를 내건 인사들이 잇따라 집권하며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정권 변화에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난한 민주주의’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중남미 전문지 아메리카스쿼털리는 8일 진단했다.
현재 중남미 선거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꼽히는 곳은 아르헨티나 총선이다. 2019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당선되며 좌파 정부를 복원해 라틴아메리카의 핑크 타이드에 가세했다. 현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 등이 좌파 정책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 오는 21일 칠레 대선에선 좌파연합 후보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어 중도우파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정권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좌파 정권들이 ‘기대와 실망’으로 끝난 후 중남미에서 약화됐던 좌파 정치가 경제 불평등 해결과 부패 척결을 내걸고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페르난데스 정권은 이번 총선으로 국정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아르헨티나 상·하원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페르난데스 정권의 임기 전반 평가를 확인하는 중간선거 성격이 강하다. 지난달 치러진 후보 명단 확정을 위한 예비선거에서 여당 중도좌파 연합이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에 패했다. 14일 선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페르난데스 정권은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좌파 여당은 예비선거에서 지지층이 많은 빈곤지역에서 표를 가장 많이 잃었다. 아메리카스쿼털리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복지 확대보다 경제개혁을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는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국에 속했다. 하지만 1946년 후안 페론 대통령의일회성 포퓰리즘 혜택 남발이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 단골손님’으로 전락했다.
아르헨티나는 지금껏 20번 넘게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여전히 빚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제 자생력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페론주의를 내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닥친 경제위기를 해결하겠다며 재정확대를 하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6.1%까지 상승했고 올해는 80%를 넘었다. 돈을 계속 찍어내 통화정책에 실패하면서 물가도 오르고 있다.
아메리카스쿼털리는 라틴아메리카 국민들이 “아르헨티나가 중남미의 우울한 미래를 보여준다”는 자조 섞인 한탄을 내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회성 정책으로는 빈곤층을 구제하고 중산층을 확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칠레 경제학자 알레한드로 폭슬리는 아르헨티나를 반면교사로 삼아 중남미의 경제·사회 구조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 경제를 뒷받침할 산업을 다변화하고, 일회성 복지에 쓸 재정을 사회안전망 구축, 교육 혁신, 노동시장 개혁 등에 써야 한다는 게 골자다. 아메리카스쿼털리는 “라틴아메리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난하면서 민주주의를 이룬 지역”이라며 “사회를 개혁하면서 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게 중남미의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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