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경서 군경과 이주민 대치.. 벨라루스 '기획설' 솔솔

유태영 2021. 11. 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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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향하려는 다수 중동 이주민들이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폴란드 군경과 대치했다.

벨라루스가 이민자들을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2015·2016년 난민 사태를 연상케 하는 일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는 최근 몇 달 새 불법 이민자가 쇄도하고 있다.

폴란드가 국경을 걸어 잠그고 벨라루스는 되돌아오는 것을 불허하자 이주민들은 숲속에 고립된 채 기회만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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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경수비대, 이주민 막아
서방 "벨라루스, 불법 이주로 터 줘"
EU는 추가 제재 가능성도 언급
벨라루스, 서방 제기한 의혹 부인
중동 이주민 폭증 폴란드 단속 강화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국경 지대인 벨라루스 서부 그로드노에 대부분 중동 출신인 이주민들이 모여 있다.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려는 이주민이 급증하자 폴란드 정부는 군을 투입해 국경 수비를 강화하고 나섰다. 그로드노=AP연합뉴스
유럽으로 향하려는 다수 중동 이주민들이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폴란드 군경과 대치했다. 벨라루스가 이민자들을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2015·2016년 난민 사태를 연상케 하는 일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정부는 8일(현지시간) 이주민들의 국경 진입 시도를 막아냈다고 밝혔다. 외신 등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국경 담장을 무너뜨리거나 철조망을 자르는 이주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며 맞섰다. 폴란드는 이날 위기대응회의를 소집하고 병력 1만2000명을 국경 지대에 투입했다. 벨라루스 M6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쿠즈니차 국경은 9일 오전 폐쇄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는 최근 몇 달 새 불법 이민자가 쇄도하고 있다. 대다수는 전쟁과 빈곤을 피해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건너온 이들로 대개 독일 정착을 원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폴란드가 파악한 불법 이민 3만건 중 1만7000건이 지난달에 집중됐다. 독일은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들어온 6100명을 난민으로 수용했다.

서방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의 ‘기획’이라고 의심한다. 지난여름 반체제 인사 체포를 위해 외국 항공기를 수도 민스크에 강제 착륙시켰다가 EU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은 벨라루스가 보복 차원에서 불법 이주 통로를 터줬다는 것이다. BBC는 벨라루스 군인들이 이주민을 트럭에 태운 뒤 국경을 넘기 용이한 지점까지 안내해줬다는 이주민들의 경험담을 전했다. 중동 지역에선 벨라루스를 통한 유럽행을 돕는 여행사도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은 이번 사태를 ‘하이브리드 위협’으로 규정하며 벨라루스를 비난했다. 하이브리드 위협은 군사력을 쓰지 않고 공격 주체의 노출을 최소화해 의도를 은폐하면서 타격을 가하는 무정형 전략을 뜻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미국 국무부도 벨라루스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벨라루스는 서방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폴란드가 국경을 걸어 잠그고 벨라루스는 되돌아오는 것을 불허하자 이주민들은 숲속에 고립된 채 기회만 엿보고 있다. 영하의 기온 속에 이미 여러 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BBC는 전했다. 폴란드 당국은 “쿠즈니차 국경 지대에 아직 3000∼4000명가량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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