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가 끝일까..수입 의존 품목 4000개
[경향신문]
마그네슘잉곳은 중국서 전량 수입…자동차·반도체 등 핵심 자재 다수
‘제2 요소수 사태’ 언제든 발생 우려…“자급·수입 다변화 대책 서둘러야”
중국 등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이 우리나라 전체 수입 품목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언제든지 ‘제2 요소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한국 수입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국에 80% 이상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3941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중국 수입 비율이 80%를 넘는 품목은 1850개로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었다.
자동차 차체와 시트 프레임, 항공기 부품 제작에 사용되는 마그네슘잉곳은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네슘은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85%를 차지하고 있어 대체국 찾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네슘 수입이 막힐 경우 요소수처럼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같은 한국 주요 수출품 생산이 흔들릴 수 있다.
반도체와 고강도 철강 생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은 94.7%, 2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자제품 소형화·경량화에 필요한 네오디뮴 영구자석도 86.2%를 중국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자국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 등을 이유로 마그네슘 등 주요 원자재 생산을 줄이면서 공급망 ‘동맥경화’ 현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7월 중순 t당 1만9000위안(약 352만원)이던 마그네슘 가격은 9월 기준 7만위안(약 1297만원)까지 치솟았다. 알루미늄 가격도 중국 정부의 생산 통제로 지난달 기준 t당 3000달러(약 356만원)를 기록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실리콘 원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은 8월 초 1만7000위안(약 315만원)에서 지난달 6만1000위안(약 1130만원)까지 올랐다.
중국발 ‘원자재 공급 대란’은 한국 산업 생태계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원자재 공급망 관리를 위한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 때는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자급도를 높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이번 요소수와 같은 중국 수입 품목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다보니 신경을 쓰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기회에 과도하게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을 점검해 자급도를 높이고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정국 생산 의존도가 높은 범용 수입품목에 대한 공급망 점검에 착수하고,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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