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포퓰리즘'에 우는 브라질 펀드, -16%

최형석 기자 2021. 11. 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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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 돈풀기에 원자재부국 휘청.. 물가 오르고 성장률 곤두박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경제 정책으로 브라질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국내 브라질 펀드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브라질은 대표적인 원자재 부국이라 최근 진행되고 있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수혜국이어야 하는데 정부의 무분별한 돈 풀기로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 전망이 곤두박질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 지수는 10만4781.10으로 지난 6월 7일 사상 최고점(13만776.27) 대비 20%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글로벌 경기 반등에 따른 원자재 값 상승으로 사상 처음 13만 선을 넘어섰지만, 이후 계속 뒷걸음질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브릭스펀드 중 수익률 최악

보베스파 지수는 최근 한 달 새 7% 넘게 하락했다. 브라질 증시 시가총액 1, 2위인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 발레SA와 정유 기업 페트로브라스는 전통적으로 원자재 값 상승의 수혜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주가 하락과 함께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6월 25일 달러당 4.915헤알에서 지난 8일 5.603헤알로 14% 하락했다.

주가 하락에 환 손실까지 겹친 브라질 펀드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신흥 경제 대국인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지난 5일 기준)을 비교해보니 브라질 펀드가 -16.6%로 가장 낮았다. 최악의 전력난과 부동산 시장 불안, 정부의 기업 규제 등으로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중국 펀드(0.7%)보다 안 좋았다. 반면 고유가 효과를 보고 있는 러시아 펀드(11.5%)와 중국 부진의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는 인도 펀드(11.2%)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브라질 펀드 가운데 ‘신한브라질증권자’(-20.8%)가 가장 나빴고, ‘한화브라질증권자’(-16.5%),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자’(-16.2%), ‘KB브라질증권자’(-15.4%)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브라질 중앙은행은 다음 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브라질 펀드 신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포퓰리즘에 멍든 브라질 경제

브라질 펀드의 부진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이 배경이 되고 있다. 내년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중 영합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야당 후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포퓰리즘 정책을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보우소나루는 지난달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금을 190헤알에서 400헤알(약 8만4000원)로 올리고 트럭 운전사 75만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법률로 정해진 공공 지출 한도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은 언급하지 않아 공무원들의 반발을 샀다.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이 대통령을 지지하자, 국고예산국장 등 고위 관료 4명이 반발하면서 사퇴했을 정도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라질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물가는 급격하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난 2019년 당선된 현 대통령은 시장경제 정책을 다수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그 어떤 신흥국보다도 더 과감한 복지 정책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재정 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98%를 넘겼다. 유럽연합(EU)은 국가 부채 비율이 60%를 넘으면 ‘위험’ 상황으로 본다.

시장에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9월 물가 상승률은 10.25%로 5년 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 들어 총 여섯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1.5%포인트나 올려 올해 초 연 2%대였던 기준금리가 7.75%까지 상승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1.2%(전 분기 대비)였지만, 2분기에는 -0.1%로 하락했다. 브라질 최대 은행 이타우 우니방쿠는 내년 브라질 성장률 전망치를 0.5%에서 -0.5%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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