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사전출판 과학논문' 어떻게 다룰까?

한겨레 2021. 11. 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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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과학기술 활동의 풍경도 많이 바꾸어놓았다.

그중 하나는 학술지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연구자가 논문을 공유 플랫폼에 직접 발표하는 사전출판(preprint)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학술지 <비엠시(bmc) 의학윤리> 에 실린 한 논문을 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유플랫폼에 발표된 사전출판 논문은 코로나 이전 5개월 동안 1만4078편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5개월 동안엔 61%나 늘어 2만2691편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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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오철우ㅣ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는 과학기술 활동의 풍경도 많이 바꾸어놓았다. 그중 하나는 학술지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연구자가 논문을 공유 플랫폼에 직접 발표하는 사전출판(preprint)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학술지 <비엠시(BMC) 의학윤리>에 실린 한 논문을 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유플랫폼에 발표된 사전출판 논문은 코로나 이전 5개월 동안 1만4078편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5개월 동안엔 61%나 늘어 2만2691편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통계에서도 증가세는 뚜렷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집계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연구의 20%가 사전출판으로 발표된 것으로 조사됐다. 1991년 물리학 분야(arXiv)에 처음 등장한 논문 공유 플랫폼은 그동안 생명과학(bioRxiv), 화학(ChemRxiv), 의학(medRxiv) 등으로 확장했는데, 특히 그 역할은 팬데믹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 <코로나19 시기의 과학, 기술, 혁신>과 유네스코의 <과학 보고서 2021>은 사전출판 논문과 ‘오픈 사이언스’에 주목하며 “신속하고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과학”의 역할을 긍정 평가했다.

사실, 사전출판 논문들은 장점과 함께 문제도 드러냈다. 팬데믹 초기에 연구자들은 낯선 바이러스 감염병에 관한 연구결과를 사전출판을 통해 빠르게 공유함으로써 과학자뿐 아니라 방역 기관과 언론에 값진 지식정보를 제공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처음 공개된 곳도 이런 공유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일부에선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거나 잘못된 결과를 담은 논문이 심사 없이 곧바로 손쉽게 공개돼 혼선을 일으켰다. 때로는 방역 정책에 잘못 반영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신속한 공유라는 장점을 살리되 검증을 건너뛴 섣부른 발표의 문제점을 줄일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된다. ‘사전출판 논문’ 대신에 ‘미심사 논문’이라는 이름을 붙여 심사를 받지 않은 논문이라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자는 제안, ‘미심사 논문’ 문구를 논문에 분명히 명시하자는 방안들이 눈길을 끈다. 논문에 붙는 ‘디지털 객체 식별자’(DOI) 고유번호를 사전출판 논문에는 임시로 붙여 일종의 유통기한을 두자는 제안도 있다.

과학 전문매체들도 사전출판 논문을 보도할 때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는 보도정책을 마련해 시행한다. 사회, 정치 이슈에서 과학 논문을 보도하는 일이 늘어난 요즘에는, 사전출판 과학 논문의 장점과 한계를 잘 다룰 줄 아는 능력은 사회, 정치 분야 언론인들에게도 좋은 저널리즘 실천을 위해선 필요한 덕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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