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조 "회사가 외면한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가 인정"

이혜리 기자 2021. 11. 9. 1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민주노총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쿠팡물류센터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쿠팡의 인천 물류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노동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조는 쿠팡이 자체 조사 때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했었다면서 쿠팡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했다. 쿠팡은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노조가 ‘기업 괴롭힘’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은 지난 3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A씨 측에 공문을 보내 “사측(쿠팡)이 실시한 사내 조사에 불합리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사건을 직접 재조사한 결과, (관리자인) B씨가 A씨에게 노조활동과 관련해 업무지적을 한 질책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씨는 쿠팡의 인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인천북부지청은 이같은 판단과 함께 쿠팡에 가해자 징계와 피해 노동자 보호 등 적절한 조치를 즉시 실시하라고 지도했다. 또 사내 조사 과정에서 신고자가 요구하면 1명의 조사자가 아닌 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조사 결과는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전체 사용자와 노동자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특별 예방교육을 시행하라고 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월 A씨가 공공운수노조가 운영하는 노조 홍보 밴드인 ‘쿠키런(쿠팡 노동자의 노조 키우는 달리기)’에 가입해 쿠팡의 교육수당 미지급 문제를 질의하자 B씨가 ‘쿠키런 밴드에 그런 글 쓰지 말라’ ‘쓰면 어떻게 되나 보자’ ‘니가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냐’ 등 발언을 한 게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A씨가 쿠팡 윤리위원회에 사건을 신고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구두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다른 관리자가 사실상 반성문에 해당하는 사실관계확인서를 A씨에게 작성하도록 한 게 부적절했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서는 인천북부지청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쿠팡에 사실관계확인서의 남용을 방지하고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3개월·9개월·1년의 기간제 계약이 모두 완료돼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사실관계확인서는 노동자에게 과도한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고 비공식적 징계의 성격도 가진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는 노동부 판단이 나왔지만 회사는 아직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출근 때 가해자와 현장에서 마주치며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이어 “괴롭힘으로 노동부에 진정서를 내자 집단으로 괴롭히기 시작했고, 정신적·신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며 “하지만 회사는 자꾸 그런 일(직장 내 괴롭힘)은 없고 민주노총이 이상한 일을 꾸미는 것처럼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장혜진 노무사는 “이 사건은 명백히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고, 가해자가 ‘노조 가입’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을 보면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며 “괴롭힘이 신고되면 사용자는 일단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고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해 피해 지속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지만, (쿠팡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호소하고 가해자 분리조치를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쿠팡 측은 “노동청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팡은 민주노총이 ‘기업 괴롭힘’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노조가 무더기로 신고한 내용 중 노동청은 1명에 대한 일부 발언을 제외하고는 문제를 삼지 않았다”며 “이후 민주노총이 해당 노조 간부에게 5개월간의 유급휴가 및 심리 치료비를 지원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은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은 직원들까지 중징계를 요구하는 등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사실 왜곡이 계속된다면 회사도 이를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쿠팡 노동자들,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주장…쿠팡 측 “전혀 사실 아냐”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