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전공자도 부족한데..기업들 "뽑아도 1~2년 재교육할판"
대학은 인적·재정적 역량 부족
졸업하는 순간 '구문' 지식돼
기업들은 엔지니어 채용해도
입사후 재교육해야 하는 현실
삼성 네이버 카카오 배민..
내년 교육생 역대최대 모집
인력난 자체적으로 해결 나서
◆ 개발자 직접 육성 나선 기업 ◆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대학부터 국비 지원 과정, 사설 학원까지 교육과정이 제각각인 탓에 어떤 지원자는 파이선을 할 수 있지만 자바는 다루지 못하고, 또 다른 지원자는 웹 개발에 능하지만 프로그래밍은 잘 못하는 식"이라며 "그런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현업에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내 실무에 맞는 신입사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졸업생조차도 입사하면 최소 1~2년간은 재교육이 필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컴퓨터공학을 비롯한 관련 학과 정원이 제한적으로 유지돼온 데다, 현장에서 사용되는 개발 도구를 대학에서 수급하고 가르칠 재정적·인적 인프라가 모두 부족한 탓이다.
반면 삼성이나 포스코, KT를 비롯한 주요 기업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급변하는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와 기술 변화를 교육과정에 발 빠르게 적용하는 속도전으로 대학교육의 한계를 깨뜨리고 있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개발 도구나 역량이 빠르게 변화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 교육과정에 즉시 접목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이 자신들이 필요한 업무 능력을 중점적으로 가르쳐 수요를 맞추는 것이다.
교육의 질 측면에서도 이들 기업 프로그램은 '속도'를 앞세워 기존 대학교육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에 따라 커리큘럼과 포트폴리오의 '발 빠른 전환'을 이루면서다.
서비스 전반에 접목되고 있는 AI 개발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과정도 새롭게 늘고 있다. 올해부터 기존의 소프트웨어 과정에 더해 AI 과정을 신설한 네이버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 부스트캠프가 대표적 사례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교육의 이론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AI업계의 속도를 현실적으로 따라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대학에서 배운 기술은 현업에 나오는 순간 이미 '구문'이 돼버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 신입생 입학 이후 진행하는 한컴AI스쿨도 한컴오피스에 적용된 OCR(광학문자인식), 음성 인식, 챗봇과 같은 최신 AI 기술을 커리큘럼에 접목할 예정이다.
현장과의 '연결성'도 최대 강점 중 하나다. 각 기업의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재직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접 프로그램 설계와 진행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포스코ICT의 경우 실제로 회사에서 전개하는 프로젝트를 과제로 선별해 교육생들에게 그룹 스터디 형식으로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특히 AI 개발자 과정의 경우 현업에 투입되기 전까지 직접 다뤄 보기 힘든 데이터셋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다. 네이버 부스트캠프 'AI테크' 과정은 교육과정 구성에 네이버 클로바 개발을 이끌었던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를 비롯한 실무진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연어 처리 기법을 활용해 법률 문서의 내용이 잘 요약된 문장을 추출하는 솔루션으로 AI 경진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운영 중인 웹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우아한테크코스'는 비전공자를 꾸준히 선발하고 있다. 최근 지난 기수의 2배가 넘는 150명으로 4기 모집 정원을 확대해 운영 중이다. 우아한테크코스는 모든 프로젝트 과제를 '짝 프로그래밍'을 통해 두 명이 하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 역량뿐 아니라 팀 단위 프로젝트 진행이 많은 개발자에게 필수적인 소프트 스킬 습득을 돕는다는 평가다. 해당 과정을 이수해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한 안 모씨는 "현장 경험이 있는 선배 개발자에게 직접 과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주도 인재 양성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공인 인증 확립과 기업 간 교류 확대를 조언한다.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인력난으로 거의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위한 '인재 낙수효과'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도 기업 SW 학교를 지원하며 저변 확대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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