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보험사가 말했다 "석유·가스도 좌초자산..투자 말라"

최우리 2021. 11. 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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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6 글래스고 통신][기후적응][COP26 글래스고 통신 23]
악사 ESG 총괄 셀린 수브란 인터뷰
"기후변화 악화시키는 보험사업 불가
기후위기 대응 이익이 손해보다 커"
탈석탄 이어 탈석유·가스 흐름도 본격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악사(AXA) 보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총괄인 셀린 수브란(Celine Soubranne). 악사 제공

지난 4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세계 40여개 국가가 석탄을 줄여 청정연료로 전환해가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퇴출 시점에는 각국이 입장 차이를 보이지만, 석탄 퇴출 그 자체는 시대적 과제이자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한 석탄 감축의 흐름이 최근에는 석탄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개도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 현재 전세계 탈석탄 흐름의 특징이다.

한발 늦게,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퇴출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같은 날 COP26에서 영국, 미국, 캐나다, 덴마크 같은 선진국부터 잠비아 공화국, 남수단 등 개발도상국까지 총 27개 국가가 2022년 말까지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를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수출금융(UKEF)이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고 유럽투자은행(EIB)과 스웨덴 수출신용공사도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제한에 나선 바 있다. 지난 8월 미국 재무부도 화석연료의 채굴과 운송, 발전 등 생산과정 전반에서 세계은행 등 다자간개발은행(MDB)의 금융 제공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한 자본이 ‘탈석탄’을 넘어 ‘탈화석연료’로까지 빠르게 확장하는 모양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 5월 ‘넷제로 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적으로 2021년 이후로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 신규 개발이 중단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최근 영국 연구팀은 전세계가 석유와 메탄가스 생산을 매년 3%씩 줄여나가야 파리협정에서의 최대 목표이자 임계점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석유와 가스 투자 중단 흐름은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동해 가스전 개발에 나선 한국석유공사를 포함해 한국가스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지에스(GS)에너지 등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 경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 이앤에스(SK E&S)의 호주 바로사-깔디따 해상가스전을 포함해 북극이나 미국, 호주 등에서 채굴한 석유를 운반하는 유조선과 엘엔지선을 만드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 정유와 석유화학 플랜트를 짓는 국내 건설사들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공적금융의 해외 석유와 천연가스 투자 규모가 가장 많은 나라로 손꼽히는 한국은 이번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석유·천연가스에 지원한 금액을 141조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한겨레>는 4일 COP26이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시내의 한 카페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악사(AXA) 보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감독(총괄)인 셀린 수브란(Celine Soubranne)을 만나 탈화석연료 선언에 앞장서는 이유를 들어봤다. 악사는 2015년부터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투자와 인수를 하지 않은 유럽 기반 프랑스 보험사로, COP26을 앞둔 지난달 말 석유와 가스발전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려는 기업을 사업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수브란은 “국가마다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만, 기본적으로 기후 문제는 전환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좌초자산이 될 수 있으니 (우리가) 지원할 수 없다. 석유와 가스에 투자하는 것은 피하라”고 기업들에 강조했다.

-석탄뿐 아니라 석유와 가스도 투자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5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넷제로 보고서를 보고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되었다. 그 보고서가 석유·가스 산업 관련 정책을 이행할 수 있다는 신념과 확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이번 발표는 2년 동안 준비한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한 5% 정도의 석유나 가스회사들은 투자 배제에서 예외로 두고 있다. 석유나 가스 운송사 등은 전환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 배제 면제 조건을 두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보험사도 기업이다. 왜 기후변화 대응을 정책의 한 목표로 삼았나.

=결국 위험(리스크) 관리다. 우리는 기존대로 사업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1.5도 목표 달성 시나리오에 이를 맞추는 이유도 같다. 리스크 분석에 전문성을 가진 우리는 기후변화가 분명한 위험이라 생각한다. 석유·가스 회사들이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좌초자산이 될 위험이라고 본다. 또한 사업 일관성을 고려해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보험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회사로서 파리협정에 조금 더 의미를 두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공공의 이익을 우선 생각한다.

-보험사 고객인 석유나 가스회사를 포기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생각할 때 맞는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비즈니스와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엄격한 기준으로 전환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균형을 계속 고민한다. 실제로 재생에너지나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관련한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자 한다. 이런 현실은 보험사로서 재생에너지 등 새 사업에 투자할 목표를 끌어올려 준다.

-다른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

=사실 신규 석유와 가스 개발 사업에 대한 중단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특정 기업이나 지역을 말하기가 다소 어색하다. 우리의 정책으로 인한 부정적, 경제적 영향은 없을 것 같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이익이 손해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투자 중단 같은 지침이 없는 이상 기업은 석유나 가스 생산을 위한 기존 계약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프랑스 같은 경우 석유·가스 개발에 대해 정부로부터 많은 퇴출 압력이 있다. 유럽은 녹색산업분류체계(그린텍사노미)에 따라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이고, 녹색산업에 투자하도록 돼있다. 이 녹색산업분류체계에 가스와 핵발전 논의가 엮여 여전히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압력 여부를 떠나서 고객들도 기후변화 문제들을 유의하고 예민하게 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모두 긍정적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모범이 되고자 한다.

-공적 금융의 역할이 더 큰 것 아닌가.

=민간과 공적금융 모두 노력해야 한다. 위험은 혼자서는 대응할 수 없다. 넷제로 보험 연합(Net-Zero Insurance Alliance·NZIA)이 지난 7월 창설됐다. 독일 알리안츠, 한국 신한라이프 등 13개사가 함께 한다. (금융기관들이) 집단으로 노력을 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문제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투자 심사 등 ESG 경영을 가짜로 하는 회사는 어떻게 검증하는가.

=그린워싱은 (장기적으로)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ESG 팀이 있다. 이와 함께 엔지오(NGO)의 보고서 등 각기 다른 의견들을 모아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잘 검증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려 한다.

-COP는 왜 왔나?

=이번이 처음이다. 악사가 어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갖고 임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펜데믹 이후로 네크워크할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COP가 2015년 21차 총회였던 파리협정 이후 핵심 총회인 만큼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하기 위해 무엇에 성패가 달려있는지 드러나는 회의가 될 것이다.

4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만난 독일의 환경기후단체인 ‘우어게발트(Urgewald)’의 석유와 가스 연구 책임자인 닐스 바르치(Nils Bartsch), 활동가 카트린 간스빈트(Katrin Ganswindt)는 “정부 정책이 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위협에 적응하는 데에는 기업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4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만난 독일의 환경기후단체인 ‘우어게발트(Urgewald)’의 석유와 가스 연구 책임자인 닐스 바르치(Nils Bartsch), 활동가 카트린 간스빈트(Katrin Ganswindt)가 발표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악사는 독일의 환경기후단체인 ‘우어게발트(Urgewald)’가 화석연료에 투자 중인 기업들을 나열하며 작성한 ‘석유와 가스 퇴출 리스트’를 적극 활용한다. 세계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촉구하며 보험사들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점수로 매기는 ‘우리의 미래 보장 캠페인(Insure Our Future Campaign)’은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재앙’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며 악사를 30개 보험사 중 2위로 꼽았다. 국내 삼성화재보험이 지난해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별다른 추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평가 속에 18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COP26이 열리는 스코티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만난 우어게발트 석유와 가스 연구 책임자인 닐스 바르치, 이 단체 활동가 카트린 간스빈트는 “정부 정책이 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위협에 적응하는 데에는 기업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 단체는 “최소 70개 이상, 총 16조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우리의 석탄 퇴출 리스트를 기초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래스고/글·사진 최우리 김민제 기후변화팀 기자 ecowoori@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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