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불 껐지만"..美반도체 정보 제출, 삼성이 마음 못 놓는 이유

심재현 기자, 김지산 베이징(중국) 특파원 2021. 11. 9. 1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전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글로벌 주요 반도체업체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한 데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일(미국 현지시간 8일) 마감 직전 자료를 제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정부와의 막판 의견 조율을 통해 고객사 정보, 재고, 판매량 등 민감한 정보는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큰 불은 끈 분위기지만 중국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료 제출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데다 미국 정부도 제출된 자료를 살펴본 뒤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자료 체출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양국의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정부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까지 자료를 제출한 기업은 67개사다. 미국 상무부는 전날까지 제출된 자료를 검토해 40개사의 자료를 사이트에 게시했다. 기업들이 제출한 자료는 일부가 일반에 공개됐고 민감한 정보가 담긴 내역은 비공개된 채 자료명만 공개된 상태다. 비공개되는 자료는 미국 정부만 열람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고객 정보와 재고 등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외한 채 제출 자료 모두를 기밀로 표시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도 최소한의 내용만 넣고 일부 자료는 기밀로 표시해 제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 관련 정보는 계약상 공개할 수 없다"며 "미 상무부와 협의해 제출 자료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고객과 신뢰 관계를 지키는 선에서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당초 고객사 정보와 재고 현황 등 26개 항목의 정보를 요구했지만 기업들이 영업 기밀 유출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하자 고객사별 반도체 거래현황 대신 자동차용·휴대전화용·컴퓨터용 등 산업별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반도체업체 중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도 지난 5일 고객사 등 기밀 정보를 빼고 비공개로 자료를 제출했다. 차량용 반도체 1위 독일 인피니온을 비롯해 마이크론·시스코(이상 미국)·르네사스·키옥시아(이상 일본) 등도 자료를 제출했다.

완성차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BMW는 반도체 수요업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우리 정부와 협의 끝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시선은 미국 정부의 향후 조치로 모인다. 미국 정부가 기업들이 제출한 정보가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도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료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반발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료 제출 사실이 전해진 뒤 중국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반도체업체에 정보를 제출하라는 미국 정부의 노림수가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시도라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이 전세계적인 반도체 위기를 명분으로 반도체업체들로부터 기밀 정보를 빼았았다"며 "명백한 약탈"이라고 보도했다. 푸젠성이 운영하는 '해협 소비자 신문'은 "미국이 제공된 정보를 사용하면 중국 경제 발전을 분석해 중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중국이 기술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공급망을 단단히 장악해야 한다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각각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최대 시장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이 중국 투자 축소를 압박하거나 중국이 현지 생산라인 운영에 제동을 거는 등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의 불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문 장관은 오는 11일까지 2박 3일 동안 워싱턴DC에서 러몬도 장관,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 등과 회동하면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김선호도 하차 했는데…" 영탁 사재기 논란에 하차요구 빗발"또 덕선이야?"…혜리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연기 '시끌'"내가 불륜? 숨어서 인격살인"…이영범, 전 부인 노유정에 분노"신음소리 틀고선..." 이상한 남자만 꼬이는 사연에 서장훈 '분노'"술 마시면 깨워 뽀뽀하는 아빠, 죽어버리겠다"는 딸…엄마 고민
심재현 기자 urme@mt.co.kr, 김지산 베이징(중국) 특파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