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금리라는 '악당'의 퇴장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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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세가 무섭다.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는 올해 봄에도 한 차례 있었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경기 사이클이 위축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상황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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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세가 무섭다. 금리 급등에 대한 우려는 올해 봄에도 한 차례 있었다. 그때와의 차이점은 장단기 금리 차가 가파르게 축소됐다는 점이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경기 사이클이 위축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중앙은행들의 긴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단기금리는 높아지고 향후 성장 기대는 나빠져 장기금리 상승 폭이 미미할 때 발생하는 경향이 크다. 이른바 흉조다.
10월 마지막 주 캐나다 중앙은행은 조기에 자산 매입(QE)을 종료해버렸다. 이르면 내년 2분기 내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조만간 영국 중앙은행도 노르웨이·뉴질랜드에 이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럽 중앙은행 역시 ‘긴급 팬데믹 자산 매입 프로그램(PEPP)’ 이후 QE에 대해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상황이 변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실시 발표 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과 긴축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미국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까지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도대체 왜 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금리라는 ‘악당’이 제대로 사고를 칠 시점인가.
우선 중앙은행들의 입장이 변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적극적인 뉴질랜드·캐나다·한국은 지난해 이후 광풍에 가까운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긴급 상황에서 만들어진 부양책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 이제 경기회복이 일부 지체된다고 해도 더 이상 중앙은행이 부양책을 내놓기는 어렵다.
최근 공급 부족 문제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공급 부족 상황이 길어질수록 중앙은행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실수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 공급 부족 문제를 금리 인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는데 중앙은행들이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금리라는 악당이 아주 오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년 1분기까지 중국 경기가 지금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5%를 밑돌았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지급준비율 인하조차 없다. 중국 성장률이 둔화되는 국면에서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음으로 유럽과 중국의 전력난으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로 높아진다고 해도 주요국 물가 상승률은 4분기가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기저 효과 때문이다. 내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파티는 막판이지만, 그렇다고 금리라는 악당이 주식시장 파티를 망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년에는 금리와 물가 둔화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금리 상승 압력이 심해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성장 테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9~10월 주가 조정 이후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가장 빠르게 회복한 산업 중 하나는 미디어·콘텐츠, 2차전지 등이었다. 미국에서는 에너지·은행도 좋았지만 소프트웨어 등 테크 업종도 빠르게 회복했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단순히 센 놈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글로벌매크로팀장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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