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제 미·중 정상회담 걸림돌 되나..민주주의 정상회의 초청 등 갈등 불씨
[경향신문]
바이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초청
중국 관영 매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엄포
연내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9∼10일 화상으로 개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상원의원들은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리투아니아와 대만의 관계 강화를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대만 문제가 양국 정상회담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입수한 민주주주의 정상회의 초청국 명단에 대만이 포함돼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명단에는 모두 108개국의 이름이 올라 있는데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 초청국 가운데 대만이 들어가 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권위주의 체제에 맞선다는 취지로 열리는 행사다. 회의 자체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대만까지 정식 초청된다면 중국의 반발은 더 거세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대만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가 가능성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지난 8월 대만 외교부가 “바이든 정부와 협조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과 대만의 선을 넘는 밀착은 인민해방군 전투기가 대만으로 날아가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환구시보는 당시 사설에서 중국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차이 총통이 각국 정상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대만의 국가 지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대만해협의 정치적 상태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 상원도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과의 외교적 문제를 건드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짐 리쉬(공화당) 의원과 진 섀힌(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대만과 리투아니아의 관계 강화를 지지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7월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 설치를 허용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수교한 나라들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의 외교 공관 역할을 하는 대표처에 대만 대신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리투아니아가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대만이란 이름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리투아니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리쉬 의원은 “이번 결의안은 우리의 친구들이 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에 직면할 때 미국이 그들을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쪽 전문가들은 대만 문제가 연내 개최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류웨이둥(劉衛東)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려 계속 선을 넘으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긍정적 양보를 하지 않을 거면 연말 정상회담 개최는 잊어버려야 한다”고 SCMP에 말했다. 또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대만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긴장 완화를 바라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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