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가 그려낸 상대적 빈곤, 우리시대 청년들의 자화상"

이호재 기자 2021. 11. 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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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작가로 여겨지는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작품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거나,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1821년 11월 11일 태어난 도스토옙스키의 탄생 200주년인 이달 11일에 맞춰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풀어낼 필요가 있다는 요청에 석 교수는 꼬박 1년을 매달려 2권의 책을 출간했다.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석 교수는 "도스토옙스키는 전혀 대중적인 작가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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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작가로 여겨지는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작품을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거나,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약 1년 전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62)는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이사에게 이런 요청을 받았다. 석 교수는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의 회장을 지내고 도스토옙스키 관련 단독 저서를 4권과 여러 번역서를 펴낸 도스토옙스키 전문가. 1821년 11월 11일 태어난 도스토옙스키의 탄생 200주년인 이달 11일에 맞춰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풀어낼 필요가 있다는 요청에 석 교수는 꼬박 1년을 매달려 2권의 책을 출간했다. 지난달 30일 함께 펴낸 대중입문서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열린책들)과 연구서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열린책들)가 그 주인공이다.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석 교수는 “도스토옙스키는 전혀 대중적인 작가가 아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달 11일 출간될 8권짜리 도스옙스키 전집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열린책들)은 5640쪽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고, 그의 작품엔 온갖 심오한 철학·종교 사상이 녹아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시대에 등장인물 1명의 대사가 5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쉽게 읽을 수 있겠어요? 또 등장인물의 이름은 얼마나 길고 어려운가요? 젊은 사람들이 읽으려고 마음을 먹어도 의욕이 사라지는 악조건이죠.”

아이러니하게도 도스옙스키의 높은 허들이 그가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이라는 대중입문서를 펴내게 된 계기가 됐다. 소설 속의 중요 장면을 뽑아 전달한다면 젊은 독자가 도스옙스키를 읽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장편소설 ‘카라마조프가네 형제들’을 읽는 교양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교수님 책이 너무 재밌어요’라는 말까지 들었다니까요. 만만치 않은 작품이긴 하지만 젊은 독자들도 항상 읽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가 뽑은 200개의 문장엔 지금 시대에 읽어도 낡지 않은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장편소설 ‘가난한 사람들’에서 가난한 하급관리 마카르는 자신의 연인에게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하는 것은 돈의 부족 자체가 아닌 타인의 조롱과 비웃음이라고 고백한다. “나를 파멸하게 하는 건 돈이 아니라 삶의 이 모든 불안, 이 모든 쑥덕거림, 냉소, 농지거리입니다”라는 마카르의 자조는 현대에도 유효하다. 그는 “소설이 발표될 당시엔 모두가 ‘절대적 빈곤’만 강조했지만 도스옙스키는 ‘상대적 빈곤’도 이야기했다”며 “여전히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좌절하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의 마음이 마카르와 비슷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연구서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에선 도스토옙스키 문학을 현대과학과 연관지어 살펴본다. 예컨대 장편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에는 인간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논쟁이 나온다. 이는 최근 뇌가 인간의 모든 선택을 결정하는가에 대한 신경과학 학계의 연구 주제와 맞닿아 있다. 왜 지금 도스토옙스키를 읽어야하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인간이 어떻게 인공지능(AI)과 공존할 것인가가 시대의 화두 아닙니까. 도스토옙스키는 건축학, 수학, 물리학을 수학한 공학도라 그의 작품에는 과학에 대한 첨예한 관심이 폭넓게 새겨져 있어요. 인간 연구에 평생을 투신한 작가의 메시지에 귀 기울인다면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움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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