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기후변화 대응..신속하게 그러나 침착하게

여론독자부 2021. 11. 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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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호스트
100개국, 2030메탄올 30% 감축
민간선 130조弗 투자 합의했지만
'탄소배출량 55%↓' 갈길 멀어
청정에너지 앞장선 하와이처럼
모든 수단 동원해 지구 지켜내야
[서울경제]

믿기 힘들지 모르지만 기후변화와 관련한 몇 가지 희소식이 있다. 이번 주 100여 개국이 오는 2030년까지 메탄올 방출량을 30%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기후 정책의 커다란 구멍 하나가 메워지는 셈이다. 그뿐 아니다. 메탄올 감축 목표 연한까지 삼림 벌채를 중단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금을 출연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민간 부문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총 130조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묶어둘 수 있다.

테크놀로지 측면의 긍정적 추세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9년 사이의 10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발전 비용은 각각 89%와 70% 하락했다. 또한 지난 30년간 리튬이온 전지 가격은 무려 97%나 떨어졌다. 청정에너지와 효율성 덕분에 이제 대부분의 국가들은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차질 없는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탄소 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끌어내려야 한다. 우리는 아직 그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다. (어림없는 일이지만) 설사 모든 회원국이 파리기후협약을 충실히 준수한다고 해도 2030년까지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은 고작 7.5% 줄어드는 데 그친다. 전문가들은 목표 연도까지 기온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묶어두려면 탄소 배출량을 55% 감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탄소 배출 감축이 어려운 이유는 필수 이동 수단인 자동차부터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시멘트와 실내를 덥히는 난방,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에 이르기까지 경제 활동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완전한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속도와 규모: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계획’이라는 책에서 최상의 지침을 발견했다.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두어는 전력망의 탄소 제거 및 자연 보호와 같은 배출 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각의 수치를 추산한다. ‘탄소 중립 카운트다운’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접근법은 기후변화 위급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력을 제공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기후변화가 대단히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도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두어는 과학의 차원을 넘어 각개의 선택지가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정책의 윤곽을 제시하는 한편 그 같은 정책이 채택되기 위한 대중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전 세계를 휩쓴 태양전지판 산업의 성공 신화가 정책과 독창적 상상력, 자본 환경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상기시킨다. 독일 정치인 헤르만 셰어는 가정용 태양전지판 설치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발전차액지원제(Fit·Feed-in tariff)의 법제화를 주도했다. 이 법은 2000년부터 시행됐다. 민간 기업들은 태양광 전지의 성능과 가격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는 당시 걸음마 단계였던 태양광 패널 산업에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그 결과 2010년 40GW(기가와트)에 불과했던 전 세계의 태양광 발전량은 10년 뒤인 2020년 무려 1,700%가 증가한 700GW로 치솟았다.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면 우리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 모든 종류의 유사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기후 정책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념적 순수성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가스로 대체하고 탄소 제로 에너지원인 핵 발전을 활용하는 한편 모든 부분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두어는 미국의 모든 주가 캘리포니아의 에너지 효율성을 따라잡을 경우 미국의 탄소 배출량이 25%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제 두어의 책에 등장하는 하와이 스토리로 필자의 글을 끝맺고자 한다. 2008년까지만 해도 하와이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90%를 화석연료에 의존했다. 한마디로 미국 전역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가장 높은 주였다. 그러나 하와이는 청정 재생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내용의 법과 규칙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30%로, 2040년과 2045년까지 각각 70%와 100%로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하와이는 이미 2020년 필요한 전체 전력의 34.5%를 청정에너지원인 태양광과 풍력의 조합을 통해 조달하는 등 자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불과 몇 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하와이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이제 우리는 하와이의 사례를 신속하게 전 세계로 확산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과제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하와이가 해냈다면 나머지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실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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