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野 "43조원" 자영업 지원은 옳지만 쉽게 빚 늘릴 나라 형편 아니다

조선일보 2021. 11. 9.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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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강원 원주시를 방문한 가운데 자유시장 번영회에서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청취한 후 원주시당협위원들과 상인들을 만나러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최대 43조원을 지원하고, 이와는 별도로 50조원 규모의 초저금리 대출, 임대료 부담 완화 등을 공약했다. 당선되면 정부 출범 100일 안에 실천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 측이 제시한 43조원은 피해 규모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하게 돼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원하는 돈보다 2~3배 큰 규모다.

국민 전체를 위해 자신들의 생계를 희생했던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국민 세금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문 정부는 자영업자 지원보다 전 국민에게 현금을 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별 효과도 없는 선거용이었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자영업자 집중 지원을 밝힌 방향은 옳다. 하지만 43조원이라는 돈은 실로 엄청난 액수다. 문 정부 이후 10조~20조원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풍조가 생겼지만 43조원은 2017년 국가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돈이다. 이 돈이 당장 어디서 나오겠나. 윤 후보 측은 세계(歲計) 잉여금 10조원과 33조원의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데 33조원이 줄어드는 분야의 수많은 국민은 어떻게 하나. 결국 또 빚을 내게 될 것이다. 이미 내년에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간다. 야당까지 국가부채의 급속한 증가를 가볍게 여기면 나라가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여든, 야든 우리 국민을 너무 낮춰 보지 말기 바란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라에서 공짜로 돈을 준다는 데도 “내수 진작을 위해 지급이 필요하다”(32.8%)는 의견보다 “재정에 부담을 주므로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60.1%)는 여론이 훨씬 높았다. 특히 20대(68.0%)에서 반대 의견이 가장 높았다. 정치권의 달콤한 ‘현금 살포’에 국민이 제동을 걸 의지와 판단력이 있고, 특히 나랏빚 내는 현금 살포 포퓰리즘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세대 약탈’임을 젊은 세대들이 자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민에게 선택받으려면 주어진 현실 내에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로 희생한 자영업자들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하지만 우리 형편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쉽게 빚 늘릴 생각은 안 된다. 우리는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내는 미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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