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삼성전자보다 스타트업

김홍수 논설위원 2021. 11. 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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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섬유 기술자, 1970년대 종합상사맨, 1980년대 증권맨, 1990년대 은행원, 2000년대 컨설턴트. 각광 받는 직업에는 시대상과 산업 구조의 변화가 반영돼 있다. 한때 벤처기업이 상한가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기였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나타나 코스닥 투자 광풍으로 이어졌지만 버블은 곧 터졌고, 벤처기업의 위상도 추락했다.

▶하지만 그때 뿌려진 씨앗이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등 1세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탄생시킨 바탕이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시가총액 3, 4위 대기업으로 성장, 대학생들의 최선호 직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같은 4차 산업혁명이 꽃을 피우면서 ‘제2의 벤처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엔 코로나 와중에도 12만개의 새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2000년 제1 벤처 붐 당시의 2배 수준이다. MZ세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미래의 네이버, 카카오가 될 만한 ‘넥스트 유니콘’을 찾는 열기가 뜨겁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을 취재하러 갔다가 여러 번 놀랐다. 임차료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에 사무실이 있고, 책상 대부분이 비어 있고, 직원 3~4명만 일을 하고 있었다. 사장이 “젊은 직원들이 핫(hot)한 위치의 사무실을 선호하고, 평소엔 대부분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다. 엔지니어들의 스펙을 듣곤 또 놀랐다. 미국 MIT,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에다 아마존,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최고 수준 인재들이었다.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유치했느냐는 물음에 사장은 “엔지니어로서의 성장 기회 때문”이라고 답했다. 첨단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면서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으니 인재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MZ세대를 ‘미미미 제너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이라고 정의했다. 개인의 이익과 성장을 최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취준생에게 ‘직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묻자 ‘역량 향상(56%)’과 ‘돈(54%)’을 꼽았다. 청년 직장인의 70%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스타트업 이직을 꿈꾼다고 했다. 당근마켓(중고거래 앱), 두나무(가상화폐 거래소) 같은 스타트업이 삼성전자,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을 제치고 취준생 지원율 상위 20위까지 싹쓸이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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