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폴란드 ‘홀로서기’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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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끔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얻는 이득에 대해 잊고 산다. 사람만 아니라 국가도 그렇다. 10여 년 전 네덜란드 출장에서 일본 기자와 며칠간 동행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일본은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탁한 탓에 반(半)식민지가 됐다”면서 “매사를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는 일본을 정상적 주권국가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일부 진보 좌파 정치인과 정확하게 공명(共鳴)하는 주장이 일견 그럴 듯했지만, 미·일 동맹 덕분에 패전국이 태평성대를 누리며 한때 세계 2위 경제로 성장한 사실에 대한 성찰은 없어 보였다.
요즘 유럽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8년째 EU(유럽연합) 회원국인 폴란드가 ‘EU의 회원국 주권 침해’를 이유로 EU 탈퇴 위협을 하고 있다. 폴란드는 난민·인권 문제 등을 놓고 오랫동안 EU와 엇박자를 내왔다. 최근엔 EU가 폴란드 여당이 판사들을 평가해 해임까지 하는 ‘국가사법평의회(NJC)’를 “법치 파괴를 초래한다”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자 갈등이 폭발했다.
폴란드의 ‘애국자’에겐 EU의 행태가 부당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정하다. EU의 원칙을 자국 법에 우선해 따르겠다는 조약에 서명해 놓고, 이를 뒤집는 행위는 신뢰할 만한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특히 폴란드가 EU 회원국으로 누려온 이득을 생각하면 ‘배은망덕’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폴란드가 최근 7년간 받은 EU의 경제 보조금은 1058억유로(약 145조원)로, 같은 기간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에 이른다. 27개 회원국 중 최고다. EU 가입 후 폴란드인 수백만 명이 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에 취업했고, 미국·일본·한국 기업이 자동차·가전 공장을 폴란드에 지었다. 폴란드 GDP는 EU 가입 5년 만에 2.5배가 됐다.
폴란드 국민 80%가 EU 잔류를 원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별도 통화를 쓰는 경제적 이점과 수년간의 철저한 준비에도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한 영국은 외국인 근로자의 대거 이탈과 부실해진 산업 공급망으로 인해 경기 부진, 물가 급등, 생필품 부족 사태를 겪었고 아직도 불안이 남아있다. 폴란드 내에선 “경제 규모가 영국의 5분의 1인 폴란드의 EU 탈퇴는 경제 붕괴와 러시아 속국으로 되돌아감을 의미한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EU나 미·일 안보 동맹 같은 초(超)국가적 체제는 어떤 이들에게 부당한 속박으로 여겨질 수 있다.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에 호소하고 싶은 이들에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집단에 속해 얻어 온 이득을 당연히 여기다가 그 틀을 벗어나면 감내하기 힘든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단맛을 본 뒤 오는 쓴맛은 특히 더 쓰고 오래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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