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50] 방패(防牌)
얼마 전 미국 뉴욕에 다녀왔다. 코로나19로 3만4000명이 죽어 나간 도시치곤 놀랄 만큼 평온하고 북적거렸다. 음식점과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미술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백신 패스’였다. 백신 접종 완료 확인서를 제시하지 않으면 아예 입장할 수 없다. 프랑스는 ‘보건 패스’, 이탈리아는 ‘그린 패스’, 캐나다는 ‘백신 여권’…. 나라마다 각기 부르는 이름은 달라도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개인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백신을 맞을 수 없거나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이 차별을 문제 삼으며 방역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백신 패스’ 대신 ‘방역 패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방역 패스’는 줄여서 ‘방패’라 불러도 좋다. 흥미롭게도 ‘pass’라는 영어의 우리말 번역어로 ‘패(牌)’는 전혀 손색이 없다. 백신 접종 확인서와 더불어 음성 확인서와 완치 확인서도 방패가 될 수 있다. 이런 방패가 없으면 이에 못지않게 훌륭한 마스크 방패를 쓰면 된다. 방패 소지자를 기준으로 하면 백신 접종을 둘러싼 차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모름지기 병역 의무를 지니는 것처럼 코로나19라는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소한의 방역 의무를 지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백신을 맞을 수 없다면 적어도 음성 확인이라도 받는 수고를 하고 모임이나 관람 활동에 참여하면 된다. ‘의무는 우리에 대한 타인의 권리’라는 니체의 말처럼 방패 소지는 민주 시민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우리 각자 나름의 방패를 들고 조심스레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자. 답은 지극히 간단하다. 우리가 모두 방패 소지자가 되면 시간과 인원 제한을 한꺼번에 걷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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