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빼빼로 데이엔 도스토옙스키를

2021년 11월 11일 탄생 200주년을 맞는 도스토옙스키./위키피디아.

도스토옙스키, 좋아하십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빼빼로 데이’라 불리는 오는 11일은 도스토옙스키가 태어난지 꼭 2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퍼스트 네임이 ‘표도르’라는 건 이번에 알았습니다. 톨스토이도, 도스토옙스키도 성으로만 부르다 보니 이름을 기억하기 쉽지 않네요.

도스토옙스키 200주년 기념판/열린책들

200주년을 맞이해 2000년 국내 최초로 도스토옙스키 소설 전작 전집을 발행했던 열린책들이 여덟 권짜리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등을 내놓았네요. 함께 나온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의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중 한 구절을 옮겨 적어봅니다.

그런데 여러분, 당신들은 내 증오심의 주된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있겠지? 그렇다, 모든 문제는 내가 악하지도 않고 못된 인간이 될 수도 없으며, 내가 자주, 심지어는 가장 화가 났을 때조차도… 단지 참새들만을 쓸데없이 놀라게 해서 스스로 위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심과 함께 자각한다는 데 있으며 여기에 바로 추악한 것이 담겨 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 중 한 구절이랍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할 궁리를 하며 지하에 틀어박혀 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죠. 석영중 교수는 “주인공은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다. 아니, 자기 자신을 거부하는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많은 경우 우리가 누군가한테 화를 낼 때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것은 자신에 대한 분노”라고 해석합니다.

중학교 때 의무감으로 읽은 ‘죄와 벌’ 외엔 도스토옙스키를 읽지 않았는데, 언젠가 ‘백치’를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미우라 아야코 소설 ‘빙점’ 속편에, 9월 어느 날 삿포로 식물원에 간 주인공들이 폴로 셔츠를 입은 채 얼굴을 문고판 ‘백치’로 가리고 잠들어 있는 남자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현명한 사람 어쩌고 한 책이었더라면 더욱 우스꽝스럽게 보이겠다”고 말하지요. 독자 여러분이 도스토옙스키 작품 중 가장 읽고 싶은 책은 무엇입니까? 이번 ‘빼빼로 데이’엔 주변에 빼빼로 대신 도스토옙스키를 선물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