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79] 사이코패스의 성공 술수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11. 9.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음료 이름 뒤에 ‘lite’가 붙으면 저칼로리란 뜻이다. 그런데 ‘사이코패스 라이트(psychopath lite)’란 용어를 한 해외 경영 잡지에서 본 적이 있다. 의학적 진단 기준에 이르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는 아니지만 일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 그 수가 적지 않고 나와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의학적 관점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조종이다. 타인을 조종하기 위해 속임수를 빈번히 사용하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유혹, 매력, 언변, 아부를 활용한다. 둘째는 냉담이다. 공감이 결여돼 있고,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죄책감이 결여돼 있어 공격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셋째는 기만이다. 부정직, 사기, 허위 진술, 사건에 대한 윤색과 날조에 능하다. 넷째는 적개심이다. 사소한 경멸이나 모욕에 대해 분노 감정을 표현하고 복수심에 가득한 언행을 보일 때가 있다. 다음은 충동성이다. 결과에 대한 고려 없이 순간적인 계획과 행동을 보이고, 미래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무책임성인데, 공공연히 약속한 것을 존중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조직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성공한 리더 중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경우가 일반 인구 기준 1% 미만보다 높은 3.9%에서 12%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찌 되었건 나와 조직에 해를 미치는 사이코패스의 성공 술수를 알아볼 감별력은 필요하다. ‘다섯 단계 모델’이란 사이코패스 성공 술수 관련 가설이 있다. 우선 진입(entry)이다. 매력, 뛰어난 언변, 카리스마 등을 활용하여 구성원의 호감을 얻는다. 둘째는 평가다. 사람을 쓸모에 따라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추종자이자 공식 역할이 없는 ‘졸’과, 주변에서 공격할 때 자기를 방어해 줄 수 있는 공식적 포지션을 갖는 ‘수호자’로 구분한다. 다음은 조종이다. 자신에 대해선 소설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고, 타인에 대해선 가십과 거짓 정보를 흘려 자신의 지지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넷째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캐릭터 저격(character assassination)’을 사용한다. 자신의 가치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평가절하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이코패스가 고용되는 것을 막고 자기 ‘상승’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이용하고 쉽게 버린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