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정파 초월한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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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초 미국 제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 장례식장에는 상주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생존해 있는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파월이 공화당 정권에서 일했지만 민주당 출신 전·현직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우리 전·현직 대통령들이 정파와 상관없이 장례식에 모이는 모습을 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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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전·현직 대통령들 사이의 관계가 좋지는 않다. 서로 비판하고 싸우는 건 물론이고 원수처럼 지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영면에 들 때는 다르다. 국가에 헌신한 정치인에 대한 예우가 있을 뿐 정파나 이념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의 허물과 단점을 꼬집기보다 업적을 부각한다. 1992년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와 대결했던 클린턴은 기고를 통해 그의 열린 리더십을 회고하며 아쉬워했다. 트럼프도 부시 장례식장에서는 견원지간인 오바마와 손을 마주잡았다. 이런 모습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보여준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장례식이 엊그제 엄수됐다. 이번에도 전·현직 대통령이 한데 모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부시가 참석했다. 파월이 공화당 정권에서 일했지만 민주당 출신 전·현직 대통령도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클린턴은 건강 문제로 불참했지만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정권 고위 관료를 지낸 이들도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파월의 장례식에 민주당과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당파를 초월해) 모였다”고 보도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잠시 보였던 타협과 대화의 정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사생결단 식의 진영 대결이 난무한다. 정권이 교체된 뒤에는 전·현직 대통령의 관계는 언제나 껄끄러웠다. 서로 얼굴 붉힐 일도 벌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에 불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 조문을 가지 않은 것도 이런 정치문화 탓일 것이다. 우리 전·현직 대통령들이 정파와 상관없이 장례식에 모이는 모습을 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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